감기몸살
햇빛은 따갑고 바람은 차다. 창문을 열지 않아 답답해진 버스 속 공기, 거기에 축축한 너의 기억이 젖어 든다. 올곧게 내 심장으로 들어가려던 네 서툰 솜씨는 내 목젖을 건드리고 결국엔 편도선마저 붓게 만든다. 세찬 바람은 내 오른쪽 귀를 끊임없이 할퀴고 들어와 두개골 속을 휘이 맴돌다 다시 오른쪽으로 도망쳐 버린다. 아프지 말자, 때로 감기는 마음이 지쳤음을 나타낸다. 너를 잡지 못하는 나는 내 침마저 마음대로 삼키지 못하고 쓴 약 한봉지를 위해 먹기 싫은 된장국에 찬밥을 만다. 생선을 고른다는 문제는 경제의 문제이기보다는 취향의 문제다. 적어도 아침 식탁에까지 고등어 구이가 올라온다면 말이다. 몸을 움크리고 문틈으로 몰래 너를 훔쳐 본다. G·I가 되어 네게 상륙할 수 없는 난 노르망디에도 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