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ess_time 2007. 8. 31. 14:18
예전에 강남 모처에 곧잘 가던 Bar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분당 살던 바텐더 아가씨랑 제법 친해져서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퍽 많이 나누고는 했습니다.
그러니까 위스키 첫잔은 반드시 언더락으로 마셔야 한다.
어떤 사장님이 기 백 만원 짜리 술을 들고 와서 같이 한잔 하자더니
역시 기 백 만원 팁을 주고는 밖에서 데이트 한번 하자고 하더라.
뭐 이런 시덥잖은 이야기들.
그러던 어느 날 스피커에서 이소라 버전의 <내 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가 흘러 나왔습니다.
"혹시 저렇게 가지 말라고 매달려 본 사람 있어요?"
당연히 옛연인을 염두에 두고 물었던 제 질문에 뜻밖에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엄마요."
사정은 이랬습니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답니다. 자기는 엄마한테 가지 말라고 울며 불며 매달렸는데 결국 어머니는 가셨다는 이야기.
저는 말을 잇지 못하고, 한 동안 얼음이 든 술 잔만 계속 돌렸습니다.
"지금은 엄마랑 잘 지내니 걱정 말아요."
그 말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짐짓 모른 채 아무렇지도 않게, 늘 그랬듯 시시껄렁한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고 계산서를 집어 들었습니다. 지금은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
가게를 나서는데 그 바텐더가 말하더군요.
"아까 말한 엄마는 새엄마에요. 나한테 엄마는 그 엄마 한명뿐. 그렇게 가지 말랬는데 간 사람은 엄마도 아니야."
그 후 일주일 쯤 지나 가게를 찾았지만, 바텐더는 바로 전 날 그만뒀다고 하더군요.
잘 지내고 있을까요? 바텐더 말고 그 엄마 말입니다.
이것이 이소라 버전이 빛과 소금의 그것보다 제게 더 기억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