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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114 국제농민회본부로부터


90년 전 오늘자 동아일보 2면에는 옛 소련에 있던 '국제농민회본부'에서 보낸 전보 한 통이 실렸다.


오늘 귀국민의 제7회 슬픈 기념을 맞아 국제농민회본부는 세계 40개국의 조직된 농민 단체를 대표해 가장 깊은 동지로의 동정을 농업 국민인 조선 동포에게 드리노라. 이 위대한 날을 기념하는 것은 영원히 조선의 농민에게 그들의 역사적인 국민적 의무를 일깨울 것을 믿으며, 자유를 위해 죽은 이에게 영원한 영광이 있을지어다. 현재 재감(在監·감옥에 갇혀 있는 일)한 여러 동지와 분투하는 여러 동지에게 형제적인 사랑의 문안을 드리노라. - 3월 1일


예상하시는 것처럼 제7회 슬픈 기념일은 삼일절 이야기였다. 이 기사가 나가자 조선총독부는 서울 종로경찰서를 통해 동아일보에 발행정지 처분을 내리는 한편 고등계 형사를 보내 이 전보 원문을 압수했다. 그 뒤 송진우 당시 주필은 보안법, 김철중 편집 겸 발행인은 신문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곧바로 무기한 정간 처분을 받았지만, 그때도 3심 제도였기 때문에 재판은 이해 11월 8일까지 이어졌다. 그러면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동아일보로서는 몸을 바짝 엎드리고 있어야 좋을 터. 그런데 8월 22일 '횡설수설'에 이렇게 썼다.


종로경찰서에서 계속적으로 대검거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평온무사하다는 총독정치 아래서 무슨 중대 사건이 속출했단 말인가. 주의자는 검거. 언론기관은 정지가 아니면 금지. 집회와 단체는 위압. 그래도 간판만은 문화정치. (중략) 어떤 친구의 이에 대한 비평이야 말로 정말 기발하다. 현재 총독정치는 조선인에게 이롭고 이익이 되는 인사는 박해하고 배척하면서도 조선인들을 해치고 불리하게 하는 놈들은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방침이라고. 고로 총독정치는 악당보호정치라고.


모름지기 신문은 이렇게 '조져야' 제맛인데 지금은 친절해도 너무 친절하다.


원문 읽기: http://bit.ly/21Pr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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