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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수가 가장 많은 한자는 정말 𪚥(절)일까?


위 사진에 등장하는 한자는 /뱡/이라고 읽습니다. 중국어로만 그렇게 읽는 게 아니라 우리말 소리도 그렇습니다. 한어 병음으로는 biáng입니다.


이 글자는 오직 중국 산시(陝西) 성 지방에서 파는 '뱡뱡면'이라는 국수 요리 이름에만 등장합니다. 중국 관영 영자 매체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뱡은 주방장이 면을 만들 때 반죽을 바닥에 내리치는 소리를 묘사한 거라고 합니다. 


이 사례를 제외하면 뱡은 강희자전(康熙字典)을 비롯해 현재 존재하는 어떤 자전에서도 다루고 있지 않은 글자입니다. 강희자전은 청나라 강희제 때 한나라 시절 이후 나온 모든 자전을 엮어 만든 책입니다. 영어로 치면 옥스포드 영어 사전에서 다루고 않은 낱말인 셈이지요. 당연히 컴퓨터로도 입력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신경 써 보시면 뱡은 한자 여러 개를 합친 모양새라는 걸 눈치챌 수 있습니다. 먼저 맨 위에 있는 글자는 '구멍 혈(穴·5획)'. 그 아래 '말씀 언(言·7획)' 좌우를 '작을 요(幺·3획)'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 아래는 '길 장(長·8획)' 두 개 사이에 '말 마(馬·10획)'가 자리 잡고 있고요. 이 두 줄 왼쪽에는 '달 월(月·4획)', 오른쪽에는 '칼 도(刂·2획)'를 씁니다. '마음 심(心·4획)'이 이들을 떠받치고, '책받침(辶·4획)'이 전체를 감싸는 모양새입니다. 


이렇게 뱡을 정체자(번체자)로 쓰려면 58획이 필요합니다(간체자로는 43획). 현재 중국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한자 중에 이렇게 획이 많은 글자는 없습니다. (2014년 기준 산시 성 인구가 3775만 명이 넘으니까 이들이 쓰면 일상적으로 쓴다고 표현해도 괜찮겠죠?) 그래서 자전에 없는 글자인데도 가장 복잡한 한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뱡을 꼽는 이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복잡하다는 건 곧잘 획수가 가장 많은 한자라는 것과 똑같은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뱡이 획수가 가장 많다는 건 한자를 영어로 'Chinese Character'라고 할 때만 참입니다. 중국 말고도 한자를 쓰는 나라가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망치 마(㐃)'나 '논 답(畓)' 같은 한자는 한국에서만 씁니다. '말 달리는 소리 휭(遤)도 마찬가지.


일본에서 만들어 쓰는 한자 중에는 이보다 더 복잡한 글자가 있습니다(오른쪽 아래 사진). 이 글자는 경우에 따라 /타이토/, /다이토/, /오토도/로 읽으면 됩니다. 원래는 성씨에 쓰는 한자였는데 지바 현에 있는 한 라멘 가게에서 이 글자를 써 '오토도'라는 라면을 만들면서 소리와 뜻이 모두 하나씩 늘어나게 됐습니다. 


이 글자 역시 한자 두 개를 합친 모양입니다. '구름 운(雲)' 세 개에 '용 용(龍)' 세 개를 합쳐 여섯 개 아니냐고요? 네, 그것도 보기에 따라 옳은 답변입니다. 다만 구름 운 세 개를 합친 '구름 모양 퇴(䨺)', 용 용 세 개를 합친 '용이 가는 모양 답(龘)'이라는 한자가 이미 각각 있었습니다. 구름 운은 12획, 용 용은 16획입니다. 그러면 이 글자는 총 84획이 나옵니다.


한자에 관심이 있다면 용 용 네 개를 묶어 쓴 '말 많은 절(𪚥)'이 획수가 가장 많다고 알고 계신 분도 적지 않을 겁니다. 절은 용이 네 마리니까 16획×4=64획으로 중국보다는 앞서지만 일본을 이기지는 못합니다. 그러니 이제 누군가 획수가 가장 많은 한자가 무엇이냐고 묻거든 '보글보글'을 만든 게임 회사 '타이토(太東)'를 떠올려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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