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되면 '딱 한 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겠다'며 위에 있는 '짤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니는 걸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은 2008년 보궐선거 개표 결과. 정말 딱 한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습니다.
그런데 아주 냉정하게 말하면 저 그림이 딱 한 표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건 아닙니다.
만약 두 후보가 동률이었다고 해도 황종국 후보가 당선되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잠깐 공직선거법 제191조를 보겠습니다.
제191조(지방자치단체의 장의 당선인의 결정·공고·통지) ①지방자치단체의 장 선거에 있어서는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가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고, 이를 당해 지방의회의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2008년 당시 황종국 후보는 71세, 윤승근 후보는 53세로 황 후보가 나이가 더 많았습니다.
이 두 분은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때도 고성군수 자리를 두고 맞붙었는데 그때도 여전히 무소속이었던 황 후보가 8221표를 받아 한나라당에 입당한 윤 후보(8013표)를 208표 차이로 이겼습니다.
그럼 현재 고성군수는 누구일까요? 예상하시는 것처럼 '윤승근'이 정답입니다.
윤 군수는 2014년 제6회 지방선거 때 7829표(득표율 41.7%)로 2위 무소속 함형완(58·18.0%) 후보를 23.7%포인트 차이로 꺾고 마침내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2010년에 황 후보가 이겼으니 군수였을 텐데 왜 선거에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는 고성군수 재임 중이던 2013년 9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선거 때가 되면 저 그림 말고도 투표를 독려하는 여러 스토리가 SNS에 돌아다닙니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사진)가 한 표 차이로 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나치) 당권을 잡았다는 것도 이런 사례 중 하나.
사실은 다릅니다. 실제로는 반대표가 딱 한 표였고 그를 찬성한 건 553표나 됐습니다.
당시 독일 국민이 민주적인 투표로 히틀러에게 권력을 쥐어줬다는 말도 절반만 맞습니다. 처음에 독일 국민이 선택한 건 히틀러가 아니라 나치였습니다.
히틀러는 1932년 3월 독일 대통령 선거에 나갔다가 파울 본 힌덴부르크(1847~1934)에게 패했습니다. 대신 같은 해 7월 총선거에서 나치가 230석을 얻으면서 히틀러는 제1 당 당수가 됐습니다.
의회 해산 후 다시 실시한 같은 해 11월 총선 때 나치당 의석 숫자는 196석으로 줄었지만 제1 당 자리를 지켰습니다.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1933년 1월 히틀러를 총리(Chancellor)로 임명했습니다.
그러다가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1934년 8월 2일 숨지면서 히틀러가 대통령직도 이어 받게 됐습니다.
나치는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숨기지 바로 전날 대통령이 세상을 떠날 경우 총리가 대통령은 이어 받는다는 내용으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히틀러가 총리와 대통령을 겸하게 되자 일본 언론에서는 그에게 '총통(퓌러·Führer)'이라는 직함을 붙여줬습니다. 독일 역사상 총통은 히틀러 한 명뿐입니다.
자기가 선거 운동을 하느라 바빠 마감 시간을 5분 남겨 놓고 투표소에 도착해 한 표 차이로 졌다는 에드워드 에버렛 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1794~1865·사진) 이야기도 반만 진실입니다
이 케이스는 사정이 좀 복잡합니다. 문제가 된 1839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가 미국 역사상 가장 접전으로 손꼽히는 건 사실입니다.
단, 당시 휘그당 후보로 나선 에버렛 전 주지사는 5만725표를 얻었는데 민주당 소속 당선자 마커스 모튼(1784~1864)은 이보다 309표 더 많은 5만1034표를 얻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이야기가 나온 건 당시 매사추세츠 주 선거 제도 때문입니다.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되려면 반드시 과반(majority) 득표에 성공해야 했습니다.
당시 모튼 후보는 정확히 50.001%를 얻었습니다. 만약 한 명만 모튼 대신 에버렛 후보를 선택했어도 모튼은 득표율 50%에서 멈추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면 50% 초과가 아니기 때문에 모튼은 당선자가 될 수 없었습니다.
이럴 때는 주 의회에서 도지사를 결정하도록 돼 있었는데 당시 휘그당이 매사추세스추 입법부를 장악한 상태였습니다. 주변에서는 어떻게든 선거 결과를 주 의회까지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에버렛은 '쿨하게'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영국왕 찰스 1세는 한 표 차이로 처형 당한 게 아니고, 미국이 멕시코에서 독립한 텍사스 공화국을 병합한 것도 한 표 차이가 아니라 두 표 차이(27-25) 였습니다.
왕정당 의원 한 명이 배앓이로 투표에 불참하는 바람에 프랑스에 제3 공화국이 들어섰다는 것도 애석하지만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모두 이미 30년 전 미국 일간 시카고 트리뷴에서 "틀렸다(Wrong)"고 밝힌 내용입니다.
그러나 암사자는 자기가 낳은 모든 새끼를 키우면 안 되는 법. 절벽에서 떨어뜨린 뒤 기어 올라오는 녀석만 키워야 합니다.
그런 이야기만이 사자를 우리 머릿속 사자로 만드니까요. (실제로는 당연히 다 키웁니다.)
실제로 미국 연방 선거에서 한 표가 투표 향방 전체를 바꿀 확률은 (미국 로또) '파워볼' 당첨 확률보다 낮습니다.
그렇다고 한 표가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한 표, 한 표가 쌓여 결국 민심이 되는 거니까요.
이 세상 어떤 일도 실제로 벌어지면 어떤 확률도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는 셈이고 말입니다.
그러니 이런 캠페인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꼭 투표들 하셔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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