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각 청와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통령과 야당 대표(옛날 말로 총재)가 만나는 일을 흔히 '영수회담'이라고 표현합니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과 홍 대표 둘이서만 만났으니 '단독' 영수회담이 되겠네요.)
영수는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일단 영은 '대통령(大統領)'에서 나온 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두음법칙에 따라 대통령에서는 /령/으로 소리가 나지만 저 맨 글자는 원래 '거느릴 영(領)'입니다. 그러면 수는 어디서 나왔을까요? 상대편 대표라는 뜻에서 우두머리 수(首)를 쓴 걸까요? 아니면 '어떤 집단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총수(總帥)에 들어 있는 '장수 수(帥)'?
정답은 '수수방관(袖手傍觀)'에 쓰는 '소매 수(袖)'라는 글자입니다. 영은 대통령에 쓰는 거느릴 영이 맞습니다. 그래서 영수회담을 한자로 쓰면 '領袖會談'이 됩니다. 대통령에서는 마지막 글자를 따왔으면서 야당은 왜 생뚱맞게 소매를 쓰냐고요? 사실 이때 영은 '옷깃'이라는 뜻입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면 여기서 옷깃은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할 때 쓰는) 칼라(collar) 그러니까 일본어로 에리(襟)를 가리킵니다. 그래서 중국어로 링다이(領帶)가 넥타이가 됩니다.
옷깃과 소매가 등장하는 건 고대 중국 전통 때문. 옛날 중국에서는 옷을 만들 때 신체 접촉이 잦은 옷깃과 소매에 두터운 옷감을 쓰는 일이 흔했습니다. 고관대작은 금 등을 덧대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영수가 지도자를 뜻하는 표현으로 발전했습니다. 진나라 문제(文帝·211~265)가 충신 위서(魏舒)를 잃은 뒤 조정 회의 때마다 대신들에게 "위서는 당당했고 사람 가운데 영수였다(魏舒堂堂 人之領袖也)"고 말했다고 진서(晉書)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수가 두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은 아닌 겁니다.
옷깃과 소매를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건 '옷깃을 여미다'(자세를 바로 잡다), '소매를 걷어붙이다'(어떤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다)는 표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보통 사람들이 정치인에게 바라는 게 뭐 대단한 일일까요? 자기 옷깃과 소매 디자인 뽐낼 시간에 옷깃을 여미고 소매를 걷어 붙인 채 선공후사로 뛰어달라는 당부 정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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