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미디어 오늘' 10월 10일자 '미디어 현장' 꼭지에 변상욱 CBS 대기자가 남긴 글 'Practice, Practice, Practice!' 전문. 이 글을 옮기는 이유는? 첫 번째는 아직 인터넷에 이 기사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Practice, Practice, Practice!
미디어 현장에서의 35년을 마감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에서 문재인 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8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취재했지만 아직도 세상은 예측하기 어렵고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미디어오늘 지면을 빌어 마음에 담아두었던 저널리즘과 저널리스트에 관한 생각의 단편들을 적는다.
1. 저널리즘 다음 시대는 끈질긴 취재와 탐사, 전문적 지식과 설명, 의견과 전망이 더해진 통찰과 지혜의 저널리즘이다.
2. 왜냐하면 이용자들이 의미와 맥락, 분석, 전망, 해결방안을 찾고 싶어 하니까.
3. 통찰과 분석도 '단독'이고 '특종'이다.
4. 단순한 사실만 좇지 말고 진지한 성찰과 통찰을 좇아야 내가 된다.
5. 브리핑과 팩트를 적어 내려간 뒤 전망과 대안을 형식적으로 붙여 끝내는 기사에서 '전망'과 '대안'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브리핑과 팩트를 짧게 인용하는 기사로 바꿔 쓰자.
6. 그러려면 지적인 내공과 중량감을 갖춰야 한다. 어떻게? Practice, Practice, Practice!
7. 이런 기사를 요구하지 않는 데스크는 당장은 다행스러우나 훗날 불행이었음을 알게 된다.
8. 지역의 변화를 넓게 보여주고 지역의 트렌드를 짚어주는 기사는 제쳐두고 웬 행사와 연설 기사만 그리 써댔을까?
9. 범죄 뉴스와 사고 기사, 많이도 썼다. 정작 공직과 기관, 기업의 범죄·사고 기사는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10. 세상은 셀럽들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서울사람만 중요하지 않듯이.
11. 다양한 관점을 생생하게 제시하는 기사가 독자들이 바라는 기사다.
12. 그날의 뉴스에서 우리의 기획력과 용기를 보여주자.
13. 적당한 중도입장과 제너럴리스트가 먹히던 시대가 간다. 통찰과 스페셜리스트의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14. 출입처는 사라진다. 자기만의 주제가 자신의 출입처가 될 것이다.
15. 저널리스트는 균형을 맞추려고 나선 사람이 아니다. 진실에 정직하게 반응하는 것이 사명이다.
16. 확보한 증거보다 마구 앞서 나가거나 확신한다고 외치는 것, 그리고 위험한 추측을 과감히 던지는 건 지혜와 통찰이 아니라 포퓰리즘에 가깝다.
17. 당신이 어디서 누구를 만났느냐가 저널리즘의 본질을 만들어 낸다.
18. 관점과 감성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뚜렷한 관점과 감성으로 불의와 모순에 부딪혀 나갈 것.
19. 가장 힘 센 관점과 배타적인 권력에 도전할 것. 도전자의 카리스마는 정직함과 깨끗함에서 얻어진다.
20. 과거에는 언론사가 양극화를 겪었다면 이제는 저널리스트 개인의 양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21. 멋진 앵커의 시대에서 멋진 스토리텔러의 시대로 옮겨 갈 거다.
22. 기자로 산다는 건 사람들 속을 누비는 것, 속속들이 누비는 것.
23. 간절한 진실의 반대편에 선 건 또 다른 진실인 경우가 많다.
24. 골목길로 들어서면 그 길만 보이고, 길은 우리를 속인다. 위에서도 넓게 보도록 노력하자.
25. 세상을 읽고 관찰했다면 세상의 변혁에 나설 줄도 알아야 한다. 시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열어 가는데 참여할 것.
26. 세계화는 2가지가 있다. 생명과 삶을 살리는 것, 부수고 나가는 것. 어느 편에 설 건가?
27. 불의와 부정직함에 무디어지고 작은 고통에 둔감해지면 시대와 사명이 보이지 않는다.
28. 비관주의는 살페는 데 필요하고 어차피 낙관주의가 답이다.
29. 누구도 두려워 말기를.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말고.
30. 그래도 즐겁고 행복하기를…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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