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커피를 몇 잔이나 드십니까?
아니, 몇 잔이든 관계 없습니다.
지금 서둘러 커피를 드세요.
'나는 커피 없이는 못 산다' 싶으신 분이라면 더욱 많이 드세요.
앞으로는 커피를 마시기 힘들게 될지 모르니까요.
영국 큐(kew) 왕립식물원, 노팅엄대, 런던퀸메리대 공동 연구진은 전 세계 커피 품종 6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는 연구 결과를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야생 커피는 총 124개 종인데 이 가운데 75종(60.5%)이 수십년 내에 사라질 위기입니다. 이유는 △지구 온난화 △삼림 파괴 △수목병 등 다양합니다. 커피 품종 가운데 35종은 별도 보존 및 보호 조치 없이 방치 상태로 자라고 있기도 합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커피 품종 가운데는 전 세계에서 제일 생산량이 많은 '아라비카' 품종도 들어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서도 쓰는 아라비카는 세계 커피 시장에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야생에서는 남수단과 에티오피아에서만 자랍니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인용해 아라비카가 야생에서 60년 안에 멸종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사실 아라비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마신다는 게 신기한 품종. 주로 해발 1000~2000m 지대에서 생산하는 아라비카는 기후와 토양 등에 민감하게 반응해 재배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지대가 높을수록 기후가 서늘하고 그러면 열매가 서서히 익어서 단단한 아라비카 원두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마운틴 커피·mountain coffee'라는 게 뭔지 아시겠죠?)
그런데 기후 온난화로 에티오피아 등 전통적인 커피 생산 국가에서 아라비카 커피를 기르는 게 점점 힘든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건 다른 커피 품종도 마찬가지. 전문가들은 현재 커피 농장 중 절반 이상이 2100년이 되면 커피 재배에 부적합한 환경으로 바뀔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커피 생산업계는 새로운 기후에서 잘 자랄 수 있는 새 품종을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 품종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유전자 확보가 중요한데 야생 커피가 사라지면 유전자를 구할 수 있는 길도 막히게 됩니다. 인류는 100년 전 이미 야생 커피에서 '로부스타'라는 품종을 가져와 아라비카 다음 가는 인기 품종으로 만든 역사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커피 농장에서 자라는 커피는 이 멸종 위기와 별 관계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겁니다. 논문 제1 저자인 아론 데이비스 박사는 "커피는 다른 품종보다 씨앗을 보관하기가 어렵다. 야생에서 잘 자라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품종 보호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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