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에 대해 가장 흔하게 오해하는 건 '결혼을 하면 아이를 많이 낳는데 결혼을 하지 않아서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근거로 삼는 건 바로 '유배우 (합계) 출산율'입니다. 배우자를 둔 여성의 합계 출산율은 2005년 1.2명에서 2015년 2.5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숫자만 보면 정말 결혼을 한 여성은 아이를 더 많이 낳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합계) 출산율은 실제로 아이를 낳은 숫자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게 아닙니다. e-나라지표는 다음과 같이 합계 출산율을 소개합니다.
가임여성(15~49세) 1명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로 연령별 출산율(ASFR)의 총합이며,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
네, 출산율은 기본적으로 여성이 49세까지 몇 명을 낳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숫자입니다. 그러면 ASFR은 또 뭘까요? 통계청은 다음과 같이 ASFR을 정의합니다.
연령별 출산율(Age-Specific Fertility Rate)은 특정 1년간 15~49세 여성(母) 나이별 출생아 숫자를 해당 연도 연앙(年央) 인구로 나눈 수치를 1000분비로 나타낸 것. (연앙은 "한 해의 중간"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특정 나이 여성 가운데 몇 명이 아이를 낳았으니까 앞으로 이 추세를 따르면 몇 명이 나온다고 예상하는 겁니다.
예컨대 서른 살 이전에 아이를 한 명씩 낳고 그 뒤로 아이를 낳지 않는 마을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이 마을 합계 출산율은 1.0명입니다. 이때 이 마을에 새로 시집 온 마흔 살 새댁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러면 아무도 둘째를 낳지 않았는데도 출산율이 오릅니다. 갑자기 마흔 살에 출산할 확률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한국에서 유배우 합계 출산율이 올라간 건 결혼 연령이 올라갔고 그래서 산모 나이도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처음으로 결혼하는 나이는 2005년 평균 27.7세에서 2015년 30.0세로 올랐고, 초산 연령도 2005년 29.1세에서 2015년 31.6세로 올랐습니다.
만약 결혼한 여성이 정말 아이를 많이 낳아서 유배우 출산율이 오른 거라면 기혼 여성 평균 자녀 숫자도 늘어야 할 겁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사실상 이미 출산을 마쳤다고 볼 수 있는 45~49세 여성 평균 자녀 숫자는 2.3명에서 1.9명으로 0.4명 줄었습니다. 5명 중 2명이 자녀를 한 명 적게 낳은 셈입니다.
30~34세가 0.5명 차이가 나는 건 결혼을 늦게 하기 때문이라고 가정할 수 있어도 35~39세 결과(1.9명→1.6명)를 보면 갑자기 늦둥이 붐이 일지 않는 이상 0.3명 차이를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물론 이건 '평균' 자료입니다. 따라서 '애를 낳기로 결정한 부부는 둘 이상 낳는다'는 명제가 '참'일 가능성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단 결혼을 하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건 이 자료를 가지고 볼 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요컨대 혼인율 떨어져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건 분명 사실이지만, 일단 결혼하기만 하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평균 출산 연령이 달라지면 적어도 '잠깐 동안' 합계 출산율이 실제와 다른 방향을 가리킬 때가 있습니다. 인구통계학에서는 이를 '템포 효과(tempo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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