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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 사회에도 '헬리콥터 맘' 있다

access_time 2019.05.21 21:53

보노보 어미와 아들. 사이언스지 홈페이지


보노보는 흔히 인간과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유인원. 얼마나 비슷한지 보노보 세계에도 '헬리콥터 맘'이 있을 정도입니다.


헬리콥터 맘은 자녀 주위를 이 회전익기처럼 맴돌면서 모든 일에 간섭하려 하는 엄마를 일컫는 표현. 어떤 의미에서는 보노보 헬리콥터 맘이 인간보다 더 자식 곁에 떠나지 않으려 하는지 모릅니다. 자식이 사랑을 나눌 때도 곁을 지키려는 엄마는 많지 않을 테니까요. 보노보 세계에서 헬리콥터 맘은 아들이 짝짓기할 때 보디가드 노릇을 자처합니다.


독일 미국 스위스 영국 일본 공동 연구진은 콩고민주공화국에 사는 보노보 4그룹 39마리를 230일 동안 관찰해 "보노보 어미는 수컷 새끼가 짝짓기할 상대를 골라 중매를 서는 건 물론 다른 수컷이 짝짓기를 방해하지 못하도록 망까지 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보노보 어미가 이렇게 헬리코터 맘 노릇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20일(현지시간)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어미 도움을 받은 수컷은 그렇지 못한 수컷보다 새끼를 낳을 확률이 세 배 이상 올라갔습니다.


연구진은 침팬지 7그룹 263마리를 대조군으로 설정했는데 침팬지 무리에서는 이런 결과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침팬지 어미는 아들이 가정을 꾸리는 데(?) 별 도움을 주지 않았던 겁니다.


모계 중심으로 돌아가는 보노보 사회. 사이언스지 홈페이지


보노보가 침팬지와 차이가 나는 건 사회 구성 방식이 다르기 때문. 보노보는 모계 중심 사회에 가깝고, 침팬지는 부계 중심에 가깝습니다. (침팬지 사회도 겉으로는 수컷에 실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이든 암컷이 배후 조종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노보 암컷은 사춘기가 지나면 무리를 떠나 새로 가정을 꾸립니다. 이때 암컷은 '짝짓기 풀(mating pool)'에서 마음에 드는 수컷을 고릅니다. 인간을 포함해 무리를 지어 사는 모든 동물이 그런 것처럼 아무 수컷이나 이 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할리우드에서 '40세까지 못해 본 남자'라는 영화는 만들어도 '40세까지 못 해본 여자'는 만들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그러니 무리 안에서 영향력이 있는 어미라면 아들 연애 사업에 적극 개입해 자손을 남기려고 하는 겁니다. 자손을 남기는 건 유전자를 남기는 것. 유전자를 널리 퍼뜨릴 때는 암컷인 어미가 스스로 자식을 많이 낳는 것보다 수컷인 아들을 도와주는 쪽이 유리합니다. 잠깐 예전에 썼던 포스트를 인용하면:


딸을 통해서는 유전자를 남기기는 상대적으로 쉬워도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가 어렵습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소련에 살던 바슬리예프 부인이 자녀 69명을 낳은 게 역대 최다 출산 기록입니다. 그럼 이 부인 남편 자녀도 69명일까요? 아닙니다. 그의 남편은 두 번째 부인을 통해 자녀 18명을 더 얻었습니다. 남자가 자식을 더 많이 얻기가 쉬운 것. 심지어 1672~1727년 모로코를 다스렸던 물레이 이스마일 이븐 샤리프 술탄은 자녀를 867명 두기까지 했습니다.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면 자기 유전자가 후세에 끝까지 남을 확률도 올라갑니다. 이렇게 유전자를 남기고 싶다는 본능적 열망이 인관 관점에서 보기에도 '도를 넘었다'고 할 만큼 어미 보노보를 헬리콥터 맘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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