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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버려도 아이스크림은 못 버린다"…USS 렉싱턴 '아이스크림 사건'

1941년 10월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항을 떠나는 USS 렉싱턴. 미 해군 홈페이지


제2차 세계대전 도중(1942년 5월 4~8일) 태평양에서 벌어진 산호해 해전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항공모함 vs 항공모함' 형태로 치른 전투로 유명합니다.


당시 미 해군에서는 USS 렉싱턴(CV-2)USS 요크타운(CV-5)이 참전했고 일본에서는 쇼카쿠(翔鶴), 쇼호(祥鳳), 즈이카쿠(瑞鶴)로 맞섰습니다.


이 전투에서 제일 심하게 피해를 입은 건 USS 렉싱턴. 당시 미 해군에서 가장 크고 빠른 항공모함이었던 이 배는 일본군 어뢰를 맞아 회복 불가 판정을 받았고 결국 아군 손에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됩니다. 위키피디아는 이 과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미군 항공모함 렉싱턴의 보수반은 불길을 진화하고 렉싱턴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지만 12:47분, 전기모터에서 발생한 스파크가 내부의 유증기에 불을 붙였고, 렉싱턴의 함교가 불탔다. 이후 폭발이 발생, 25명의 승무원이 사망하였고 큰 화재가 발생하였다. 14:42분, 또 한번의 거대한 폭발이 발생했고, 심각한 두번째 화재를 발생시켰다. 3번째 폭발은 15:25분에 일어났고, 15:38분에 이미 화재는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가 되었다. 17:07분 퇴함명령이 내려졌고 바다에 뛰어든 승무원들은 구조되었다. 19:15분, 구축함 펠프스가 불타는 렉싱턴을 향해 5발의 어뢰를 발사하여 자침시켰다. 256명의 승무원과 36기의 항공기가 렉싱턴과 함께 바다에 가라앉았다. 펠프스와 다른 전함들은 이후 쓰러져가는 요크타운을 인양해 끌고갔고, 17기동함대는 남서쪽으로 이탈하였다. 이것으로 산호해 해전은 끝이 났다.


회복불가 판정을 받고 자침(自沈) 중인 USS 렉싱턴. 미 해군 홈페이지


이렇게 읽고 나면 승무원 사이에 비통한 분위기가 퍼졌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승무원들이 퇴함(退艦)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준(準)사관 한 명이 도끼를 들고 냉동고를 향했습니다. 냉동고 안에 아이스크림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던 것.


이 소식을 접한 다른 승무원도 하나 둘 이 준사관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결국 아이스크림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이들은 갑판으로 올라와 전우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줬습니다. 처음에는 종이컵에 아이스크림을 담아 나무 숫가락까지 함께 공급했지만 물량이 떨어진 다음에는 그냥 철모(방탄모) 안에 아이스크림을 담아줬습니다. 미국 잡지 '디 애틀랜틱'은 2017년 "생존자들은 태평양에 뛰어들기 전까지 철모 안에 있는 아이스크림을 핥아 먹기 바빴다"고 했습니다.



이날 USS 렉싱턴에 타고 있던 사람 중 제일 마지막까지 생존했던 멀 렙스(1917~2018) 옹은 2013년 인터뷰에서 "그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아주 배불리 먹었다"면서 "그 맛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아이스크림은 언제든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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