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잖은 미래에 미국 시장에서 LP가 CD보다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에서 이달 초 공개한 2019 연중 음악 산업 매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LP는 총 2억2410만 달러(약 2677억 원)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액(1억9860만 달러)보다 12.9% 늘어난 숫자입니다. CD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2억4790만 달러(약 2961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억4590만 달러)보다 0.8%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그래도 현재는 CD가 LP보다 매출이 2380만 달러(약 284억 원) 더 많지만 상승세를 감안하면 곧 역전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롤링 스톤' 전망입니다. 이 미국 대중문화 격주간지는 지난해에도 "CD가 죽어가는 속도가 LP가 자라나는 속도보다 3배 빠르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역전이 벌어진다면 1986년 이후 처음으로 LP가 CD보다 많이 팔리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CD나 LP 같은 실물 음반이 다시 대세가 된 건 아닙니다. 실물 음반 전체 매출액은 4억8510만 달러()로 올해 상반기 전체 음반 매출액(53억8500만 달러)의 9%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CD가 4.6%, LP는 4.5% 수준입니다. (둘이 합쳐서 9%를 넘는 건 반올림 때문입니다.)
미국 음악 시장 매체별 매출액 변동 추이 그래프.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를 클릭.
이를 달리 말하면 디지털 음원이 전체 매출 가운데 91%를 차지한다는 뜻이 됩니다. 디지털 음원 쪽에서도 다운로드(4억6160만 달러)보다는 스트리밍(43억920만 달러) 쪽이 10배 가까이 덩치가 큽니다. '음악을 소유한다'는 개념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올해(2019년) 나왔습니다.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MAP OF THE SOUL : PERSONA'는 350만 장 이상이 나갔습니다. 그 전에는 김건모 '잘못된 만남'(1995년)이 330만 장으로 1위였습니다.
맞습니다. 미국에서는 CD가 죽어가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CD가 부활한 건 CD 시장이 '아이돌 리그'로 재편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는 CD 시장 부활에 대해 지난해 12월 18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CD 시장의 성장은 아이러니한 현실의 결과물이다. 팬들이 음악을 듣기 위한 행위보다 기념품처럼 CD를 구매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상당수 아이돌 팬들은 가수의 사진을 모으고, 사인회 응모 당첨을 위해 CD를 여러 장 사곤 한다. (중략)
아이돌 기획사의 지나친 상술도 CD 판매량 급증에 한 몫하고 있다. 기획사는 같은 곡이 수록된 CD라도 재킷 사진이나 내부 사진을 멤버 별로 달리 해 출시하는 식으로 팬들의 중복 구매를 부추긴다. 그룹 하이라이트의 멤버인 양요섭은 2월 솔로 앨범 ‘백’을 내면서 105종의 사진을 따로 찍었다. CD 하나당 에 실린 그의 사진은 단 두 장. CD에 무작위로 실린 양요섭의 사진 105종을 다 모으려는 열혈 팬이라면 한없이 지갑을 열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러면 안 되나요? 미국에서 LP를 사는 이들도 꼭 음악 감상이 주목적은 아닐 겁니다. LP가 아니면 비틀즈 음악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어서 30만 명이 넘는 이들이 그들 앨범을 LP로 산 건 아닐 테니까요.
그렇게 오늘도 음반 시장은 콘텐츠 산업계를 향해 '이제는 너무 무거운 짐짝이 된 그 하드웨어를 어떻게 팔 것이냐'고 묻고 또 답을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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