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동아일보DB
도널드 트럼프(73) 미국 대통령(공화당)에 대한 탄핵 조사를 공식화하는 결의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미 하원은 31일(이하 현지시간) 탄핵 조사 절차 세부 사항은 규정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투표 결과 찬성 232표, 반대 196표, 기권 4표가 나오면서 결의안이 효력을 얻게 됐습니다.
이번 결의안 통과로 제일 달라지는 건 첫 공개 청문회를 열 수 있게 됐다는 것. 미 하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불거지자 9월 24일부터 탄핵 절차에 돌입했으며 지금까지는 비공개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9월 25일 유엔 본부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욕=로이터 뉴스1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헌법상 근거도 없이 밀실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국 역사상 표결로 정당성을 얻지 않고 대통령 탄핵 조사를 시작한 의회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낸시 펠로시(79) 하원 의장(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서류 제출을 거부하고 증인 증언을 방해하고 소환을 거부하는 등 하원 조사를 계속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청문회 내용을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관련 절차'가 이번 결의안이었습니다.
제116대 미국 상원 정당별 구성. 위키피디아 공용
이번 결의안 통과로 미 하원은 본격적인 탄핵 조사를 시작하게 됐지만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미 하원에서 탄핵소추안을 채택한다고 해도 상원이 이를 거부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하원은 전체 435석 가운데 민주당이 234석(53.8%)를 차지하고 있지만 상원은 전체 100석 가운데 45석만 민주당 차지입니다.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할 때는 과반만 동의하면 되지만 상원에서는 3분의 2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도대체 미국은 왜 의회를 이렇게 둘로 나눠서 운영하는 걸까요?
워싱턴에 있는 미국 연방 의회 의사당. 위키피디아 공용
제일 큰 이유는 미국 연방제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은 50개 주(州)가 한 데 모인 합중국(合衆國)입니다. 'United States'라는 영어 표현부터 주(state)가 모였다는 뜻.
서로 다른 특징을 지닌 각 주가 모여 연방 의회를 꾸린다고 하면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각 주마다 의원 숫자가 똑같다면 인구가 많은 주는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인구 숫자에 비례해 인구를 나눈다면 주별 대표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미국 독립 당시 인구가 많았던 버지니아주는 인구수 비례를 기반으로 한 '버지니아 플랜'을 주장했고, 인구가 적었던 뉴저지주는 1주당 1표라는 평등이 우선이라고 맞섰습니다.
이런 이유로 나중에 제4대 대통령이 되는 제임스 매디슨(1751~1836)은 의회를 둘로 나눠 한 쪽은 인구 비례에 따라 의원 숫자를 나누고, 한 쪽은 모든 주에서 같은 숫자로 의원을 보내자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코네티켓 타협'을 통해 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미국 연방 의회는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됐습니다.
미 국회의사당에서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지켜보는 펠로시 하원 의장(흰 옷). 워싱턴=로이터 뉴스1
이런 특징 때문에 하원은 각 주 주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상원은 각주 정부와 의회를 대표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양원· 兩院을 나누는 건 미국 연방 의회 특징입니다. 양원제를 채택한 다른 나라 또는 주는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사실 인구 비례로 뽑은 의회는 'The House of Representatives', 인구 구분 없이 뽑은 의회는 'The Senate'가 공식 명칭입니다. 그런데 전자를 하원(lower house), 후자를 상원(upper house)이라고 부르는 건 의원 숫자가 많은 하원이 국회의사당 아래층에 모이고, 상원이 위층에 모였기 때문입니다. 1
여기서 퀴즈 하나. 사망, 사임 혹은 탄핵으로 미국 대통령 자리가 비게 되면 부통령 → 하원 의장 → 상원 임시 의장 순서로 자리를 이어 받게 됩니다.
상원 의장은 어디 갔을까요? 정답은 맨 처음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부통령이 상원 의장을 겸합니다. 그래서 상원 의원 경험이 없는데도 상원 의장 자리에 앉고는 합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동아일보DB
한국 국회는 현재 단원제이지만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소위 '발췌개헌'을 통해 처음 헌법을 개정하면서 국회를 민의원(民議院)과 참의원(參議院)으로 나눠 양원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적이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해당하는 민의원과 별도로 상원격인 참의원을 따로 설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헌법을 따르자면 제3대 국회의원 총선거(1954년) 때부터 참의원을 뽑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여당이던 자유당 반대로 이승만 정부 시절에는 참의원을 구성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자유당에서 참의원 구성을 반대한 건 함태영(1879~1964) 부통령이 무소속이었기 때문.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통령이 참의원 의장을 겸하도록 하는 구조라 자유당에서 태클을 건 겁니다.
초대 참의원 회의 모습. 동아일보DB
결국 4·19 혁명(1960년)으로 자유당 정권이 물러난 뒤에야 처음으로 참의원 선거를 치렀습니다. 4·19 혁명 이후 석 달 만에 치른 제5대 국회의원 선거는 '제5대 민의원(民議院) 의원(議員) 선거'인 동시에 '제1회 참의원 의원 선거'이기도 했습니다. 이 선거를 통해 각 도(道)를 선거구로 의원 58명을 뽑아 참의원을 꾸렸지만 이듬해 5·16군사정변이 일어나면서 참의원은 10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현재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에는 본회의장 형태로 된 100석짜리 회의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1969년 건축을 시작하면서 참의원이 부활할 때를 대비해 미리 공간을 확보해 놓은 것. 현재는 이 공간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로 쓰고 있습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일본에는 여전히 슈기인(衆議院·중의원)과 함께 산기인(參議院·참의원)이라는 상원이 존재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키조쿠인(貴族院·귀족원) 형태로 상원이 존재했는데 패전 이후 헌법을 새로 쓰면서 이를 산기인으로 재편한 것. 그러나 일본은 연방제 국가도 아니고, 슈기인과 하는 일이 별 차이도 없다는 주장에 따라 산기인 불요론(不要論)이 힘을 얻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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