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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아 앵무새는 확률과 통계를 이해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홈페이지 캡처


새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머리가 나쁜 걸 상징하는 동물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적어도 앵무)새는 아주 똑똑한 동물인지 모릅니다.


네, 맞습니다. (적어도 일부) 앵무새는 일단 사람 말소리를 따라할 줄 압니다.


이렇게 성대모사를 할 줄 안다는 것부터 앵무새가 지능이 높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주의 깊게 듣고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면 소리를 따라하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케아 앵무새. 오클랜드대 제공


뉴질랜드에 사는 케아 앵무새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케아 앵무새는 무려 통계를 이해합니다. 오클랜드대 연구팀 실험 결과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이 대학에서 비교심리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아말리아 바스토스 씨가 이끄는 연구팀은 크라이스트처치 근처 야생 동물 보호 구역에 살고 있는 케아 앵무새 여섯 마리를 놓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은 먼저 '검은색 막대 = 모이', '주황색 막대 ≠모이' 공식을 케아 앵무새에게 가르쳤습니다. 검은색 막대를 고르면 모이로 보상하고, 주황색 막대를 선택했을 때는 아무 것도 주지 않았던 것.


케아 앵무새와 서로 다른 비율로 막대를 섞어 넣은 플라스틱 통. 오클랜드대 제공


이어서 빈 플라스틱 병 두 개를 준비해 한 쪽에는 검은색 막대를 100개, 주황색 막대를 20개 넣었고 다른 쪽에는 반대 비율로 넣었습니다. 케아 앵무새가 이 과정을 지켜봤습니다.


그다음 실험자가 양쪽 병에서 막대를 각각 하나씩 꺼내 양 쪽 주먹 안에 감추고 케아 앵무새에게 한 쪽을 골라 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여섯 마리 중 세 마리가 '즉각적으로'(20번 반복하기 전에) 검은색 막대(=모이)가 많은 병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 실험을 한 마리당 평균 120번 반복하자 나머지 세 마리도 20번 중 17번꼴(85%)로 검은색 막대(=모이)가 많은 쪽을 고르게 됐습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양 쪽 병에 검은색 막대는 똑같이 20개를 넣고 주황색 막대 숫자를 다르게 넣었습니다. 한쪽에는 100개, 다른 쪽에는 4개만 넣은 것.


이번에는 평균적으로 66.7번 실험을 반복하자 여섯 마리 모두 85% 확률로 주황색 막대가 4개만 있는 병을 골랐습니다.


연구진은 계속해 한 병에는 검은색 57개, 주황색 63개를 넣었고 다른 쪽 병에는 검은색 3개, 주황색 63개를 넣었습니다.


이 실험에서는 평균 46.7번 만에 85% 확률에 도달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통해 케아 앵무새가 그저 숫자가 많고 적은 게 아니라 상대적인 비율이 무엇인지 이해해 통계적은 추론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오클랜드대 연구진이 실험에 활용한 플라스틱 컵 구성.


이들은 계속해서 플라스틱 컵 아래 절반을 가리고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양 쪽 병에 들어 있는 막대 숫자는 검은색 40개, 주황색 40개로 똑같았지만 병 위쪽은 달랐습니다.


한 쪽은 검은색 20개, 주황색 20개가 보였고 다른 쪽에는 검은색 20개, 주황색 4개가 보였습니다.


그 결과 평균 26.7번 실험을 반복하자 여섯 마리 모두 85% 확률로 주황색이 4개인 그러니까 검은색 막대 비율이 높은 병을 선택했습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를 통해 케아 앵무새가 물리적인 정보를 토대로 통계적인 결론에 도달할 줄 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원과 케아 앵무새. 오클랜드대 제공


마지막으로 이들은 사람에 변화를 줬습니다.


양 쪽 병에 모두 검은색 막대와 주황색 막대가 각 55개씩 들어있지만 실험자 한 사람은 검은색 막대를 자주 고르고 다른 사람은 주황색 막대를 자주 고르도록 실험을 설계한 것.


한 마리당 실험을 20번 진행했을 때 케아 앵무색은 약 81.5% 확률로 검은색 막대를 자주 고르는 실험자를 선택했습니다.


오클랜드대 연구진은 이에 대해 "케아 앵무새가 그저 통계적 추론만 할 줄 아는 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생각할 줄 아는 '영역 일반 지능(domain general intelligence)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결과"라고 풀이했습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서 3일(현지시간) 공개한 이 실험 결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앵무새 전문가인 칼 버그 리오드란데밸리텍사스대 교수는 사이언스지 인터뷰를 통해 "간단 명료하고 훌륭한(neat) 연구"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그 유명한 천재 앵무새 알렉스를 연구한 아이린 페퍼버그 박사(비교심리학)는 "이번 실험은 앵무새에게 직관적인 이해(intuitive understading)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페퍼버그 박사는 "케아 앵무새가 정말 진짜 통계 지식(real statistical knowledge)을 가지고 있었다면 진화적으로 조금 더 성공했을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이언스지는 페버버그 박사를 인용해 기사를 이렇게 마무리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기초 통계(Statistics 101)를 마스터한다면 인생의 게임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케아 앵무새가 정말 통계를 이해하는지 아닌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이 마지막 문장은 아주 아주 사실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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