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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n촌인 유럽 왕실…필립 공 부고에 부쳐

2015년 당시 필립 공. 버킹엄궁 제공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5) 남편 필립 공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국 왕실은 "여왕께서 사랑하는 남편의 죽음을 깊은 슬픔을 담아 알리신다. 필립 공께서 평화롭게 숨을 거두셨다"고 9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습니다.

 

지난달 3일 심장 수술을 받고 퇴원한 필립 공은 결국 본인 100번째 생일을 두 달 하루 앞둔 이날 런던 근교 윈저성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1947년 11월 20일 엘리자베스 2세와 결혼한 필립 공은 73년 4개월 20일을 국서(國壻·임금의 사위)로 살았습니다.

 

엘리자베스 2세가 즉위한 1952년 2월 6일부터 따지면 69년 2개월 3일 동안 영국 국왕 배우자였습니다.

 

영국 역사상 국왕 배우자로 지낸 기간이 가장 긴 인물이 바로 필립 공입니다.

 

결혼식날 영국 왕족과 함께 한 엘리자베스 2세 부부. 버킹엄궁 제공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34년 11월 29일이었습니다. 

 

이날은 필립 공 사촌 누나인 그리스와 덴마크의 공주 마리나(1906~1968)와 엘리자베스 2세 작은 아버지 켄트 공작 조지(1902~1942)가 결혼한 날입니다.

 

사실 마리나와 조지는 부부가 되기 전부터 6촌 사이이기도 했습니다.

 

마리나 증조할아버지인 크리스티안 9세(1818~1906) 덴마크 국왕이 조지에게는 할머니의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필립 공과 엘리자베스 2세 역시 친척(7촌) 사이가 됩니다.

 

필립 공과 엘리자베스 2세 사이 친척 관계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엘리자베스 2세 아버지는 조지 6세(1895~1952)이고, 조지 6세 아버지는 조지 5세(1865~1936)입니다.

 

조지 5세 아버지는 에드워드 7세(1841~1910)고, 에드워드 7세 아버지는 빅토리아(1819~1901) 여왕입니다.

 

필립 공에게는 빅토리아가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필립 공과 엘리자베스 2세는 8촌 사이가 됩니다.

 

유럽 왕족이 친·인척 사이로 얽혀있다는 건 '상식'에 속하는 문제.

 

제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가까운 사이끼리 결혼을 해도 되는 걸까요?

 

그 전에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외할머니의 외할머니가 어떤 분인지 알고 계시나요?

 

'조상이라는 미스테리, 같은 핏줄이라는 히스테리' 포스트에 쓴 것처럼 사실 우리는 우리 조상이 누구인지 잘 모릅니다.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에 사는 이들도 누군지 알고 있는 빅토리아 정도 되니까 존재를 기억할 수 있는 겁니다.

 

라우리츠 툭센 '크리스티안 9세 가족'

현재 유럽 국가 가운데는 영국 이외에도 △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벨기에스웨덴스페인 등 총 7개국에 (여)왕이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빌럼알렉산더르(54) 네덜란드 국왕을 제외한 나머지 왕 6명이 전부 빅토리아 그리고/또는 크리스티안 9세 후손입니다.

 

유럽에 마지막으로 남은 대공국(大公國) 룩셈부르크를 이끄는 앙리(66) 대공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직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가 필립 공보다 오히려 '변방'에 자리잡은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황색은 현재 국왕, 붉은 색은 전 국왕, 푸른 색은 영국 왕 + 필립 공

엘리자베스 2세는 친가 쪽에서 영국 왕가 피를 물려 받았지만 외가는 평범한(?) 백작 가문인 보우스라이언가(家)입니다.

 

반면 필립 공은 덴마크-그리스 왕자 출신인데다 외가 쪽으로는 빅토리아와 연결 고리가 있습니다.

 

또 친할머니 올가 콘스탄티노브나(1851~1926) 여대공이 니콜라이 1세(1796~1855) 러시아 황제 손녀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티안 9세, 빅토리아와 직접 관련이 없어서 이 이미지에서 빠졌을 뿐입니다.

 

결국 크리스티안 9세가 '유럽의 할아버지', 빅토리아가 '유럽의 할아버지'라면 필립 공은 '유럽의 손자'(가운데 한 명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그리고 유럽의 할아버지, 할머니도 당연히 서로 친척 사이입니다.

 

두 사람은 연결하는 존재는 조지 2세(1683~1760) 영국 국왕입니다.

 

조지 2세는 빅토리아 여왕에게는 고조부, 크리스티안 9세에게는 외할아버지의 외할아버지 또는 외할머니의 외할아버지가 됩니다.

 

이 이미지에서 놓치면 안 되는 인물이 바로 조지 2세 큰 딸 (1709~1759) 공주입니다.

 

앤 공주는 오라녜 공작 빌럼 4세(1711~1751)와 결혼해 빌럼 5세(1748~1806)를 낳았고 빌럼 5세 아들 빌럼 6세(1772~1843)는 네덜란드 국왕 빌럼 1세가 됩니다.

 

이 정도에서 눈치 채신 분이 계실 텐데 앤 공주 아들의 아들의 아들의 아들의 딸의 딸의 딸의 아들이 바로 현재 네덜란드 국왕 빌럼알렉산더르입니다.

 

요컨대 현재 유럽 국왕 7명 전부가 조지 2세 후손인 겁니다.

 

그런 이유로 빅토리아 여왕 후손이 아닌 빌럼알렉산더르에게도 영국 왕위 계승권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럽 각국 왕실에 경조사가 있을 때 서로 서로 방문하는 이유가 그저 '격이 맞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친척 경조사를 가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이들도 서로 인사를 나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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