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Scribble/.OLD

주정

곧잘 마음 속에 스스로 선을 긋고는 합니다. 그리고 그 선은 영역이 되고 한계가 되고 테두리가 되어 저 자신을 옭아매고는 합니다. 그 안에서 저는 저의 언어를 가지고 수음하는 것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때로 단순하게 살자는 말처럼 복잡한 명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심플하게 저는 그저 구김살 없이 살고 싶을 뿐입니다.

확실히 편견이 심한 사람이야 말로 남들이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고 조롱합니다. 어쩌면 차라리 그걸 받아들이는 편이 삶을 수월하게 만드는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2단 기어에서 더 이상 변속이 되지 않는 것뿐이라고 체념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오늘도 저는 어리석게 편견은 나쁜 것이라는 편견을 떠올립니다. 미련맞은 미련처럼 재미도 없는 말장난. 무엇이 그토록 겁이 나는 걸까요?

가슴이 아프고 저립니다. 그리고 저는 좀더 세련된 언어를 찾지 못해, 힐난의 대상을 옹호하지 못합니다. 생각이 복잡한 건 사실 아무 것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때로 남들은 너무 빠른 선택을 요구하고는 합니다. 그래서 저의 세번째 소원은 언제나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견고한 벽속에 갇혀 울음 우는 것 이외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는 것만 같은 기분입니다.

그저 조금 취했고, 세상이 흔들립니다. 정말 그냥 그것뿐이면 좋겠습니다. 스트레이트, 심플 그리고 댄디, 남에게 기대하는 그것을 한번만이라도 얻게 되길, 저 자신에게 바랍니다.


─── kini 註 ────────

도대체 2006년 4월 18일날 밤에는 누구랑 왜 술을 마셨고 왜 저렇게 취했는가.

댓글,

Scribble/.OLD | 카테고리 다른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