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Scribble/.OLD

~다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를 듣는데 유독 "~다라고"가 자주 들렸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했습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듯 언어 정책도 진보와 보수가 나뉩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저는 진보에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언어 사용은 자연스런 흐름이기 때문에 인위적인 규칙으로 그 사용을 가로막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씀이죠.

이를테면 이렇습니다.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부르면 그 달콤함이 안 살아나지 않습니까? 오뎅과 덴뿌라, 어묵은 전혀 다른 음식을 가리키는 낱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계어가 범람할 때도 언중이 언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다라고'하는 표현은 굉장히 싫어합니다. '되어진다'도 싫어합니다. 그러니까 이런 표현입니다. "kini는 진지매너유저다라고 생각되어집니다." 또는 "만약 일이 그렇게 되어진다라고 하신다면?"

물론 어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표현으로는  "kini는 진지매너유저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일이 그렇게 된다면?"이 맞을 겁니다. 그런데 왜 '-다-'나 '-라-'가 들어가는 걸까요? 일본어 찌꺼기 때문이죠. 이는  개그맨 출신 정재환 씨를 비롯 우리말을 순화할 수 있다고 믿는 분들(보수주의자)이 가장 경계하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역시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건 옳지가 못하다, 삶의 기준과 틀이라는 것이 판단과 행동에 있어 준거점이 돼 주는 건 나쁘지 않지만 노예가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말입니다.

조금 거창하게 말하자면, 좀더 유연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뜻이라고 해야 할까요? 확실히 황희 정승을 본받고 싶어지는 순간이니 말입니다.

저는 늘 말랑하게 삶을 살기 위해 애쓰려고 합니다. 그런데 때로 너무 날카로운 마음이 불쑥 튀어나와 제 삶을 너무도 할퀴고 가는 것만 같습니다. 더러 제게 100% '틀렸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다르다'고 받아들여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아직 삶의 수양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결론적으로 '~다라고'나 '되어지다'는 표현을 쓰는 건 역시나 싫다라고 생각되어진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이 제 삶이 말랑해지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아주 먼 훗날에도 밝힐 수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그게 살아간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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