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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언즈 이야기

케언즈 이야기


13세 소년, 500kg 상어 낚아 화제


13세 소년이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485.2kg의 무게, 4미터의 크기의 상어를 낚았다고 호주 언론들이 보도했다.

호주의 헤럴드 선 선데이에 의하면 올해 13세 된 알렉스 존스톤은 자신의 키보다 훨씬 큰 무게 거대한 상어를 낚았다. 언론에 의하면 이 소년은 처음에 하도 무거워 잠수함이라도 낚은 줄 알았다며 두 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4.1미터, 무게 485.2 kg 나가는 상어(tiger shark)를 낚았다고 한다.

이 상어를 낚은 알렉스는 자신의 키가 150 cm 인데 너무 무거웠지만 포기하지 않고 두 시간에 걸쳐 사투를 벌였다며 결국 4.1 미터 나가는 거대한 상어를 낚게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알렉스의 이번에 상어를 잡은 기록은 청소년으로는 가장 큰 상어를 잡은 것으로 세계 기록을 달성하였으며 이번 외에도 이 소년은 392 kg 나가는 청새치를 잡는 등 여러 차례 대형 물고기를 잡은 바 있어 호주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유승근 기자 / master@reviewstar.net




─── kini 註 ───────

상어 옆에 세워진 칠판(?)을 보니 호주 대표 휴향지 가운데 하나인 케언즈(Cairns) 부근에서 생긴 일인가 보네요. 어릴 적부터 아버지 따라 낚시하러 다니던 기억도 기억이지만, 케언즈와 관련된 추억이 떠올라서 문득 적습니다.

낚시 전문 채널인 F-TV를 보면, 학생 낚시 대회 같은 걸 중계해줄 때가 있습니다. 그럼 고등학생 정도밖에 안 된 친구들이 경력이 10년이라는 둥 그런 소리를 내뱉죠. 그럼 저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래, 나도 한 20년 했지. 사실 아주 어릴 적부터 아버지 옆에 쪼그리고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진이 증거로 아직 남아 있으니, 정말 그 정도 세월쯤 낚시와 함께 했습니다.

어릴 적엔 아버지와 함께, 좀 커서는 낚시터 근처에 사는 동창 녀석과 함께, 무료한 마음을 달래러 곧잘 낚싯대를 드리우고는 했습니다. 나름대로 오랜 세월 낚시를 했는데 사실 잘하지는 못합니다. 찌 고르는 것도 서툴고, 포인트 공략도 제대로 못합니다. 그래도 마냥, 그 기다림과 야식이 좋아서, 요즘도 곧잘 절대 고기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공원 안 호수(수원 사시는 분을 위해 밝히자면, 만석 공원 그 웅덩이 말입니다. ^^)에다 낚싯대를 들이밀고 앉아 있을 때도 있습니다.

실력이 늘지 않은 데는 여러 까닭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늘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일에 익숙했기 때문입니다. 아빠, 이거 어떻게 해? 야 이것좀 해주라. 그러다 보니, 경력에 비해, 아는 것에 비해 실제로 할 줄 아는 건 매우 적게 돼 버렸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으로 혼자서 낚시를 시도했던 곳이 바로 케언즈였습니다. 처음에 가서는 번지 점프, 래프팅이나 할 작정이었는데, 막상 그 바다를 보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라이센스를 따고, 낚싯대를 사서, 배를 타고 떠났습니다. 그 배에서 한 일본인 여자 아이와 무척 친해졌죠. 많은 분들이 아시겠습니다만, 사실 서양인들에 둘려 쌓이다 보면, 이상하게 동양인과 가까워질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 녀석이 한국어를 곧잘 했거든요. TV 드라마만 보고 혼자서 독학했다는 데 상당한 실력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데 용기를 내어서 한번 해본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케언즈는 정말 일본인 천국입니다. 일본어를 못하면 케언즈에선 관광 관련 업종에 취직 못한다는 소리마저 있을 정도죠. 일본인들 하고 어울려 낚시를 할 기회도 분명 있을 터인데, 왜 하필 이 배를 골랐냐고 묻자 "널를 만나기 위해서 그랬나 보다"하고 흔하디 흔한 립 서비스도 해주더군요. 그렇게 둘은 배에서 2박 3일 동안 같이 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고, 요리도 하고 하면서 제법 친해졌습니다.

마지막날 밤, 둘이 갑판에 누워 남십자성을 보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한국어, 일어, 영어가 뒤섞인 대화는 유쾌했습니다. 바다는 고요했고, 하늘은 한없이 맑았고, 우리 둘은 와인에 취해 있었으니까요. 서로 하늘을 보며 이야기하던 우리 둘은 오랜 친구가 비밀 얘기를 꺼내기라도 한듯 옆으로 돌아누워 마주보며 속삭였습니다. 갑자기 콩당대며 뛰는 가슴. 오른쪽 입술 위에 작게 찍힌 그 점이 어찌나 귀엽게 느껴지던지요. 그리고 간들어진 목소리. 어쩌면 그 친구를 사랑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뭍으로 나와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죠. 같이 무슨 영화를 보기로 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해리 포터나 반지의 제왕이나 뭐 그런 영화였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만나기로 한 저녁에 갑자기 연락이 오더군요. 친구들이랑 카지노에 가기로 약속한 걸 깜빡 잊었다고 말입니다. 미안한데 다음에 보자고 말입니다. 다음이라? 그 아이는 그 다음날 출국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다음날이라? ^^ 사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을, 근사한 시푸드 뷔페까지 알아놨는데 제법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 선물이나 해주자고 마음 먹고,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저는 이미 표를 예매해 놓은 상태였고, 그래서 룸 메이트 - 독일계 오스트리아인 남자와 함께 그 영화를 봤습니다. 아쉬웠지만 별 수 없는 노릇이었죠. 둘이 만든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그 친구 생각보다 재미없다며 낚시를 싫어해 다시는 할 것 같지 않았지만, 귀여운 찌를 하나 샀습니다. 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아침 일찍 그 친구 숙소에 찾아가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오스트리아 친구랑 바에서 꽤 늦게까지 - 그래봤자 그 동네는 문을 일찍 닫으니 ^^ - 맥주를 마시고 택시를 잡아타고 숙소로 향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유러피안 소녀들이랑 같이 -_-;

그런데 숙소에 도착해 보니, 로비에서 그 친구가 기다리고 있던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다가가 물었습니다. 여긴 어쩐 일이야? 너 기다렸어. 언제부터? 저녁부터 계속, 카지노 나만 빠졌거든. 저는 친구가 와서 미안하다며 - 그들은 일본인과 한국인을 구분 못하죠. - 독일인 친구와 유러피안 걸 둘을 남겨두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둘이 제법 오래 걸었습니다. 바닷가를 따라, 그 아이 숙소가 있는 곳을 향해 걷다가 앉았다가 걷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했습니다.

- 우리 또 볼 수 있을까?
그 친구가 묻습니다.
- 그럼, 네 메일 주소도 알고 있고, MSN도 알잖아.
- 그렇게 말고 말이야.
- Absol-fukin'-utley.
- 그게 무슨 소리야?
- 확실하다는 소리. 앱솔루틀리.
- 나 한국에 갈지 모르니까, 전화번호 알려줄래?

전 주머니에 있던 영수증 한장을 꺼내 그 위에다 집 전화번호를 적었습니다. 전화 번호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찌를 선물했습니다. 자, 선물. 녀석, 호주 아이들이 디스코 클럽에서 가지고 노는 그 야광 막대기인 줄 알았다더군요. ^^

그리고 드디어 홀리데이인 앞에 도착했습니다. 로비 앞에 높은 테이블에 앉아, 원래 유러피안 걸들과 마시려던 식스팩을 꺼내 놓고 둘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한 캔이 끝나갈 무렵, 그 친구가 묻습니다.

- 내 방에 안 들어갈래?
- 응?
- 내 방에 안 들어갈 거냐고.
- 응?

사실, 이런 문화가 한국에서는 드문 일이라, 적어도 제게는 벌어진 적이 없는 일이라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 피곤한데 쉬어야지.
- 빠가.

그리고 그대로 그녀는 방으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따라가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한참을 망설이다 그대로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내일 공항에서 보면 되지, 뭐. 그리고는 유러피안 프렌즈와 함께 술을 마시고, 저와 소녀 하나는 원래 각자 자기 방에서, 나머지 둘은 그 날밤 어디서 잤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_-;

하지만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이미 스콜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한낮이었다는 소리죠. 홀리데이인으로 부리나케 가봤지만, 이미 체크아웃 한지 오래였습니다. 별 수 없이 한숨만 내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그녀가 들어와 있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에, 그녀가 메일 주소와 MSN을 적어준 쪽찌를 찾아봤습니다. 아무리,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대신 주머니 속엔 영화표를 끊은 영수증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연락처를 남겨준 그 쪽지가 그 친구에게 되돌아 갔던 셈입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습니다. 전화번호도 바뀌지 않았고, 메일 주소도 그대로고, MSN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방에도 같이 안 들어갔고, 자기 연락처를 준 쪽지를 되돌려주고, 공항에도 안 나온 남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그를 MSN에 등록할 여자가 과연 있을까요? 그를 보러 한국으로 오는 여자는 더더욱 없을 겁니다.

그래도 버리지 않았다면, 그 찌를 보며, 가끔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kini가 낚시는 참 좋아했는데. 이 찌를 준 것마저 낚시였나봐, 하고 말입니다. 씁쓸한 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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