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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인조인간이 될 용기라도 있는가?

물론 나도 Paul Potts의 휴먼 스토리에 감동 받았다. 정말 Absol-fuckin'-utely fan-fuckin'-tastc이었다. 역경과 시련을 이겨낸 인간 승리에 어찌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김미려는? 여전히 인터넷 게시판 여기저기애 올라오는 'Nessun Dorma'를 보고 정말 묻고 싶어졌다. 김미려는 왜 안 되는가?

김미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하늬 얘기부터 해보자. 그래 미스 유니버스에서 4등 먹은 한국의 대표 미인 말이다. 하지만 정말 이하늬에 대해 저렇게 생각하는가? 사치스로운 인조인간이라고 생각해 본 적 솔직히 없는가?

그래, 이하늬는 역대 미스코리아들과 달랐다. 수십 벌의 호화로운 옷을 샀다는 걸 TV에서 자랑스레 밝혔고, 한국의 미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형식적인 멘튼 대신 꼭 미스 유니버스가 되겠다고 당당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덕분에 격려만큼이나 많은 비난에 휘말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하늬는 이미 국악 앨범을 낸 적이 있는 아티스트였다.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경력까지 갖추고 있는. 또한 현재 대학원에 재학중인 엘리트이며, 미래에 UN에서 일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당찬 커리어 우먼이기도 했다.

맞다. 그녀는 그렇게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았다. 모자랄 것 없는 환경에서, 남들이 갖지 못한 어드벤티지를 활용하면서 말이다. 아니, 그러면 안 되는가? 성공은 꼭 눈물 젖은 빵이 수반되어야 하는가?

김미려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는 이미 성공한 개그우먼이었다. 사실 컬투의 눈에 띄지 않았다면 여전히 가수 지망생이었을 김미려, 하지만 그녀에게는 노래 이외의 재능도 있었고 그 재능이 먼저 빛을 발했다. 하지만 김미려는 그걸로 만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김미려는 이제 다시 가수라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 시청자 모독에 전신성형이라는 죄목까지 뒤집어 쓴 채로 말이다.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내몰고 있을까?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는 걸 알면서도 왜 가수라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꿈을 이뤄간다는 건 결국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어떤 이에게 ‘부족함’은 자신의 내부에 있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외부에 존재하기도 한다. 폴 포츠에게 부족함이 자신감 부족이었다면, 김미려에게는 '외모지상주의'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김미려가 더더욱 안타깝지 않을까? 세상의 생각이란 자신의 의지만으로 바꿀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래도 굽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꿈을 펼쳤어야 했다고? Come on~ 솔직해 지자고, 정말.

만약 김미려가 개그우먼이 아니었다고 쳐보자. 여전히 가수 지망생인 김미려, 제작자가 지금의 외모로는 힘들겠다는 말에 전신성형을 결심한다. 그녀의 변신을 알고 있는 것은 오직 지인들뿐. 그녀는 '미녀가수'로 데뷔해 성공가도를 달린다. 아니, 실제로 많은 여가수들이 이런 전철을 밟았다. 그래서 지금 그게 문제가 되는가?

위에서도 밝혔지만 한국 사람들은 '눈물 젖은 빵'을 너무 사랑한다. 정작 자신들도 '눈물 젖은 빵'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데도 말이다. 우리에게 그들의 인생은 브라운관에 비친 드라마와 전혀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 똑같이 구체적인 자기 자신의 삶이다. 왜 엄한 잣대로 그들의 삶을 평가하려고 하는가?

사실 지금 많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도서관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나 하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궁리하기 바쁘다. 그러면서 이승엽이 안정된 일본 생활을 뒤로하고 불안한 미국행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연예인들의 과거 사진을 들추며 킥킥대는 데 열을 올린다. 남의 꿈을 비난하느라 자신의 꿈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잊고 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심플하게 묻자. 당신은 당신의 꿈을 위해 인조인간이라도 될 용기가 있는가? 자신이 그렇지 못하다면 굳이 김미려에게 돌을 던져 남는 게 무엇일까? 그건 세상과 타협하는 비굴한 짓이라고? 비굴해져야 할 때 과감히 비굴해지는 게 진짜 용기 아니던가?

어쩌면 우리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치는 게 옳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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