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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 강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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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윙걸즈>에 등장하는 야구부 주장의 이분법을 따라서 말해보자.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삼손을 추앙하는 쪽과 최강철을 귀여워하는 부류. 내 선택은 후자다.

사실 멋있기로 치자면 자신만의 등장 BGM을 가진 삼손의 완벽한 승리다. 일본 사무라이의 표상격인 삼손은 한마디로 '절대자'.

람보맨도 꺾지 못하는 코맨도맨을 오른손도 아닌 왼손으로 한방에 날려버릴 만큼 강하고, 절대 찌질대는 법이 없는 우직함도 갖췄다. 게다가 별나라 왕족이기까지 하다. 정말 건드릴 데가 없는 녀석이다.

반면 최강철은 '찌질이' 그 자체. 늘 덜렁대고, 잘난 체 하며, 허영심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초인 혼'이라고 작품 속에 명명된 진지함의 영역 또한 최강철을 설명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니까 내가 모토로 삼고 있는 '가볍게, 다소 경박하게, 하지만 진지하게'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 바로 최강철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시 별나라 왕족이다. 말하자면 스타일만 다를 뿐, 강하다는 측면에서는 최강철 역시 뒤지지 않는다.

<홈런왕 강속구>는 바로 이 두 인물의 갈등 관계가 기본적인 플롯이다. 비록 24편 이후, 그러니까 이 둘에게 감춰져 있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진 이후의 스토리는 사실상 '번외편'에 가깝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것이 악(惡)의 이름을 빌든 그렇지 않든간에, 기본적으로는 절대적이고 우월한 강자와 다소 어눌하고 부족하지만 '팀워크'를 통해 힘을 얻는 자의 승부라는 요소는 달라지지 않는다. 사실 Satan과 Devil의 차이일 뿐 기본적인 설정에는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승부를 예측하는 건 사실 그리 큰 의미가 없다. 완벽하게 만화적인 논리를 따라 전개되고, 결국 만화적인 결론으로 끝이 나니까 말이다. 삼손과 최강철의 화해, 그리고 우리가 힘을 합치면 더 큰 상대도 얼마든 무찌를 수 있다는 다짐. Period.

그런데 의아한 건 이렇게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 학부모 단체의 반대로 TV 방영 당시 조기 종영됐다는 점이다. 물론 카트리나의 복장이 좀 섹시하긴 하고, 배틀 장면이 좀 과격하긴 하다. 하지만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 20년 전의 기준은 그리고 엄격했던 것일까?

하긴 近미래를 소재로 만들어졌다는 이 애니메이션 역시 컴퓨터와 인터넷이 이렇게 발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으니. 우스꽝스러울 만큼 커다란 무전기와 '파스컴'이라고 보기엔 확실히 무리가 있는 컴퓨터.

어쩌면 지금은 확실히 상상 그 이상의 21 세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모처럼 '80년대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 <홈런왕 강속구>가 참 고마웠다.

그나저나 최강철은 투수인데 왜 '홈런왕'을 붙인 것일까? 끝내기 홈런을 때려내서?


+

VHS 버전에는 다른 오프닝이 나오던데 내가 기억하는 버전은 이것



애니메이션 전편이 보고 싶으시면 트랙백을 따라가세요 -_-)/
(사실 바로 다음 페이지에 있습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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