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Questionnaire

독서 문답 #2

1. 책상에 늘 꽂아두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어쩌다 보니 동생을 그 방을 사용하게 되어서 더 이상 '서재'라고 부르기는 민망하지만, 어쨌든 집에 그런 방이 있다. 그 방은 한쪽 벽면이 전부 책장으로 돼 있다. 그리고 많은 책은 거기 꽂혀 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그 방과 내 책상 사이에 책들이 순환되고는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내 방에 늘 꽂혀 있는 책이라면 대체로 스포츠 관련 이론서들 그리고 외국어 책.

물론 스포츠 관련 이론서는 자주 들춰본다. 하지만 외국어 관련 서적은 거의 펼치지 않는데 이상하게 내 책상에 꽂혀 있기는 하다.


2. 어쨌든 서점에서 눈에 뜨이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종류의 책들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

컬러판 <피너츠> 시리즈 Period.


3.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며칠 전까지 읽은 <스틱!>은 사실 너무 뻔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어서 시간이 좀 지나면 기억이 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나머지 책들은 '참고 서적'의 성격이 강한 것만 읽은 듯.

그러면 올해 책을 안 읽은 셈인 건가? ㅡㅡ;


4. 인생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이 마음에 든다'고 느꼈던 때가 언제인가? 

꼬마 시절 '어린이 백과 사전' 따위가 처음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읽기 위한 목적도 물론 포함되지만, 그 두께 때문에 좋았다. 벽돌처럼 성벽을 쌓고 로보트를 가지고 놀면 재미있던 기억이 ㅡㅡ;


5.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있는가? 있다면, 어떤 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위에서 이야기한 <Peanuts> 시리즈.

스포츠 팬이 된 것도 그리고 말랑한 삶을 꿈꾸게 된 것도 모두 슐츠 할아버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물론 그 외의 많은 것들이 영향을 끼친 게 사실이지만 '재믹스'를 가지고 오락(게임이 아니다!)을 하던 시절에도 스누피는 봤으니까.


6. 단 한 권의 책으로 1년을 버텨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르겠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그냥 지금 이 책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7. 책이 나오는 족족 다 사들일 만큼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국내 작가 가운데서 예전엔 은희경 그리고 한때 아주 잠깐 조경란. 아, 김영하도.  외국 작가 가운데서는 두 무라카미 양반의 책도 꽤 부지런히 읽은 듯.

하지만 요즘엔? <THT Annual> 정도가 정기적으로 사는 유일한 책인 듯.


8.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책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집에 있는 국어 사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어보고 싶다. 그런데 이게 컴퓨터 본체 만한 두께로 이뤄진 두 권의 책이라 -_-;

그리고 일어로 된 <H2> 소장판. 선물로 분명 전권을 다 받았는데, 몇 권이 사라졌다 ㅡ,.ㅡ


9. 헌책방 사냥을 즐기는가, 아니면 새 책 특유의 반들반들한 질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인가?

책 자체에 관한 가장 좋은 느낌은 하드커버. 특히 대학 시절 도서관에 꽂힌 책들의 그 검은색 하드 커버를 좋아했다.


10. 시를 읽는가? 시집을 사는가? 어느 시인을 가장 좋아하는가?

중고교 시절엔 꽤 많은 시집을 샀다. 보들레르나 릴케나 그런 사람들의 시집.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져오는 류시화나 원태연 등을 읽기도 했다. 20대 초반에는 시를 쓰기도 했으니 시집을 더 가까이 했던 게 사실.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면 최승자? <개 같은 가을이>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건 분명 하니.


11. 책을 읽기 가장 좋은 때와 장소를 시뮬레이션한다면?

중학교 때까지는 새벽에 책을 읽는 것을 퍽 좋아했다. 하지만 고교 1학년 때 통학을 시작하면서 버스 안이 책을 읽기에 굉장히 좋은 장소라고 느꼈다.

그리고 대학 시절에 통학을 하면서도 이 생각은 계속됐다. 지금도 약속이 대체로 서울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집에서 사당까지는 약 20분 거리. 이 시간에 어쩌면 가장 많은 책을 읽었는지도.

물론 여행을 하거나 다른 곳에 가야할 경우에도 많은 책을 읽는다.

굳이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면, 야구 보러 광주로 가는 길. 아직 시간은 대낮이라 거리는 한산하고, 버스는 유유히 고속도로를 달린다. 헤드폰에서는 Maceo Parker가 흘러 나오고 그저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닮은 가벼운 터치로 묘사한 문장을 차분히 음미하며 읽는다.

너무 뻔한 장면이지만 이 정도?


12.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용히 주말 오후를 보낼 수 있는 까페를 한 군데 추천해 보시라.

카페 가운데 기억 나는 곳이라고는 홍대 앞에 있는 <공주가 쓰는 침실 같은 카페> 정도뿐. 테이블 마다 커튼이 쳐져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책을 읽을 만한 공간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13. 책을 읽을 때 음악을 듣는 편인가? 주로 어떤 종류의 음악을 듣는가?

늘 그렇듯 딱히 음악을 가리지는 않는다. 그냥 귀에 꽂혀 있는 것이라면 아무 것이나.


14. 화장실에 책을 가지고 들어가는가? 어떤 책을 갖고 가는가?

이것 역시 손에 잡히는 대로 가져 가는 편이다. 피너츠 시리즈는 물론이고 잡지를 가져갈 때도 있고, 스포츠 이론서 혹은 전공 서적까지.

현재 가장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갔을 때는 <The Book>을 가지고 가서 읽었다. 제목이 <The Book>이라니 뭔가 그럴 듯하게 보이지만, 그냥 야구 관련 서적이다.


15.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가? 그런 때 고르는 책은 무엇인가?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경우라면 단연 일간지. 그러니까 신문도 책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혼자 밥을 먹으면서 책을 읽는 경우보다 혼자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은 적이 더 많은 것 같다. 특히 20대 초반에는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마시면서 꽤 많은 책을 읽은 듯.


16. 지금 내게는 없지만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예전에 <즐거운 사라>를 텍스트 파일로 가지고 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없다. 그래서 <즐거운 사라>


17. e-book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e-book이 종이책을 밀어낼 것이라고 보는가? 

나는 곧잘 e-book을 프린터로 출력해서 읽는다. 예전에는 모니터로 긴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을 잘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내가 그렇게 된 모양이다. 아무래도 책이라는 건 종이의 질감을 무시하기 어렵다.


18. 책을 읽는 데 있어서 원칙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건 꼭 책을 읽는 데만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모든 것을 '감상'하는 태도에 있어 기본적인 내 관점은 마찬가지다. 나쁜 작품은 없다. 그저 내게 맞지 않는 작품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소쉬르가 이야기한 '관점이 대상은 만든다'는 명제에 보다 충실해 지고 싶다는 뜻이다. 물론 소쉬르가 이 명제를 사용한 것은 꼭 이런 의미는 아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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