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Scribble

생활의 습격

굳이 "피터팬 신드롬" 따위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요즘 내 생활 패턴은 명백히 내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최근 몇 년 동안 뭔가 '어른스러운' 것과 관계된 노력을 한 기억이 별로 없다.

물론 이런 생활이 자랑스럽다든가, 나보다 어린 어떤 친구에게 권하고 싶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다. 늘 나름대로는 불만족스럽기도 했고, 바깥으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기도 했지만 크게 달라진 건 없는 모양이다. 어쩌면 진짜 노력은 하지 않고 있는 것인지도.

그래서 10년후 뭐가 되어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렇게 엉뚱한 답변을 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떤 조직 문화에 내 자신이 어울리지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서른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생활의 습격>에 덜컥 겁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언제까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더군다나 이미 어른이 된 사람들을 피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까 이 습격은 막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말씀.

물론 서른 살 때까지만 이렇게 살자던 생각을 크게 바꾸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딱 서른 살이 됐다고 갑자기 어른이 되려 애쓴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 아닐까? 조금 더 정신을 일찍 차린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는 말이다.

(물론 이게 정심을 차리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리고 그게 문제다.)

정말, 되기 싫어도, 이젠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거겠지? 아쉽다, 세월이.

댓글,

Scribble | 카테고리 다른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