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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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면서 했던 게임 Best 20

저희 집에 처음으로 컴퓨터가 생긴 건 제가 7살 때의 일입니다. 공대에 다니던 삼촌 덕분에 또래들에 비해 훨씬 어릴 때부터 접한 셈입니다. 당시 카세트 테이프로 하던 '둘리'라는 게임이 기억납니다. 그렇게 MSX부터 현재의 노트북까지 참으로 다양한 모델들이 제 손을 거쳐 갔습니다.

그런데 비교적 일찍 게임에서 손을 뗐습니다. 요즘에 하는 게임이라는 EA sports社에서 나온 스포츠 시리즈와 Atari에서 나온 Top Spin이 전부입니다. (이것도 테니스 게임이죠) 여담이지만 예전에 긴 막대기랑 그 끝에 버튼만 달렸던 Atari 조이스틱 기억나시는지요? ^^; 지금 구글링을 해보니 이렇게 생겼던데 ;



이건 비교적 최신형인 것 같고, 저희 집에 있던 건 흰(회?)색에 다른 버튼은 몇 개 없거나, 아예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렇게 커오는 과정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건이었다면 '88년에 아버지께서 AT 컴퓨터를 구입하신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250만원 주고 사셨다는데, 당시 저희 집 차였던 엑셀을 270만원 주고 사셨다니, 요즘 돈으로 치면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 제품이었던 셈입니다. 이후 그 컴퓨터는 몇 번의 업그레이드를 거치면서 20M이던 HDD가 100M로 확장됐고, 허큘리스이던 그래픽 카드도 SVGA가 됐고, 3버튼 마우스를 장착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2400 bps 모뎀도 ^^;

'98년까지 본체는 그대로 (지금처럼 세우는 게 아니라 가로로 눕는 형태였죠.) 썼으니 정말 긴 세월 동안 저와 함께한 셈입니다. Kitel, Ketel부터 천리안, 나우누리까지 그 컴퓨터와 함께 했으니 저의 인터넷 생활 또한 이 컴퓨터로 시작했습니다. 전화요금 야간 정액제 같은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런 기능을 이용해 게임을 다운 받아 친구들에게 판매(?)하고는 했습니다. 판매라고는 하지만 장당 100원 정도 받는 돈벌이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친한 친구에게는 공짜로 줬죠. 제가 판매하던 게임이 또래들 사이에 무방비로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는, 프린터 포트에 꽂아 쓰는 '락'을 마련했던 기억도 -_-; 그런데 게임을 판매하면 문제가 되는 게,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던 게임도 다운을 받아야 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그런 게임들은 판매 직후 폐기 처분하고는 했지만, 정말 좋아했던 게임의 지난해 이사하기 전까지 책상 구석을 차지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5.25인치 드라이브가 없어서 읽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_-

하지만 요즘엔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하면, 그런 게임들을 너무도 손쉽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아래는 그렇게 구글링을 해서 나온 사이트 하나를 뒤져서 제가 좋아했던 추억의 게임들을 한번 찾아본 결과입니다. 정렬은 무순입니다.

#1 Air Management II



Koei社에서 나온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게임으로 밤을 새울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고마운 녀석입니다. 나이 먹어서 하면 재미없겠지 하고, 대학교 1학년 때 다시 다운받아서 하다가 만 27시간 동안 게임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도 있습니다. 이상하게 저랑 잘 맞는 게임이라는 생각입니다. 게임하다 말고 노트에 무언갈 끄적이면서 공략을 궁리해본 유일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_-


#2 Double Dragon



아마 저랑 비슷한 세대시라면 말이 필요 없을 듯 ^^;


#3 Korea Tetris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당시 <클라암스>라 부르던 (헥사와 비슷한 류의 게임입니다.) 아마도 <컬럼즈>가 아닐까 싶은 게임과 함께 저희 학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늘상 외산 게임만 하다가 태극기가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인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4 Lemmings 2



1은 마우스 없이 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마우스를 사고나서 했던 2의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 녀석들 자살도 하죠 -_-;


#5 금광을 찾아서



본 게임보다는 살롱에서 포커하려고 했던 듯 ^_^


#6 남북전쟁



이거 2인용으로 하면 은근히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쪽에서 쉬프트를 눌러대는 광경, 요즘엔 보기 쉽지 않죠?


#7 4차원 복싱



제 동생이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캐릭터를 만드는 재미로 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8 오프로드



저희 컴퓨터 학원에서 한 때 최고의 인기 게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컴퓨터 학원은 다녀도 집에는 컴퓨터가 없던 녀석들도 꽤 많았기 때문에 집에서도 늘 연습을 했던 저의 상대가 되기엔 역부족이었던 듯 -_-;


#9 캘리포니아게임 2



캘리포니아란 정말 액티브한 동네로구나,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들어준 게임이죠. 커서 가보니 별 거 없었지만 -_-;


# 10 Dawn Raider



늘 다운-레이더라고 말해서 Down인줄 알았더니 Dawn이더군요. PC-Tools에 있던 Hex Edit 기능을 활용하면 폭탄을 무한대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 11 Hardball III



'98년에 하드볼 시리즈가 버전 얼마까지 나왔는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5아니면 6? 이미 망했었나? -_-) 전 당시까지도 이 버전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좋아했었습니다.


# 12 NBA 농구



이거 200점이 안 넘어가는 걸 알고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NBA 측에서 엄청난 저작권료를 요구해 말이 많았다고 하죠? 나중에 슬램덩크 패치도 나왔던 걸로 ^^;


# 13 고인돌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게임이죠? ^^; 이것도 치트를 입력하면 무적으로 -_-;


# 14 Rick Dangerous 2



이거 1탄도 있는데, 2탄을 더 좋아했었습니다. 지금도 막 다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 15 Shinobi



또렷이 기억납니다. 제가 '바지'라고 부르던 디스켓 커버에 씌어있던 '표창 던지기'


# 16 죽음의 스키



빰빠바바바 빠~바바 빠~바바, 이 BGM이 생각나네요. 2도 나왔던가요?


# 17 F-19 Stealth



처음으로 비행 시뮬레이션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게임입니다. 어릴 때는 슈팅 게임만 좋아하죠. 매뉴얼을 처음으로 뽑아서 매진해본 게임입니다. 덕분에 공사 가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했었습니다. F-19가 아니라 F-117이 스텔스 전폭기죠.


# 18 스텔라 7



나중에 나이 먹고 다운 받아 돌렸더니, 이제는 컴퓨터 성능 때문에 너무 빨라서 제대로 못하겠더라구요. 당시 제법 고사양을 요구했던 것도 같은데 -_-;


# 19 Stunt Driver(?)



제목이 확실하지 않은데, 이 게임은 실제로 운전 하는 것도 하는 거지만, 코스 만드는 재미에 했었습니다.

# 20 삼국지 3



말이 필요 없죠. ^^;


굳이 이 가운데서 가장 좋아했던 게임을 고르라면 역시 하드볼 3인 것 같습니다. 아케이드와 시뮬레이션의 미묘한 중간을 잘 탄 게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최고의 야구 게임은 하이히트 2003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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