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Scribble/.OLD

그날들

access_time 2007.05.07 05:50

"
오래 간다."

김광석의 목소리가 끝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과외를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피워 문 담배가 거의 다 타들어 가고 있었다.

하나 마트에 들러 맥주 캔을 하나 사서 마시려는 순간
짧게 스쳐가는 동작 하나,
발렌타인 데이 하루 전날, 신갈의 어느 제과점을 빠져 나오던 그 동작.
왜 나는 벌써 그날의 일을 추억하려 하는 걸까.

아직도 억지로 담아둬야 하는 무엇이 남아 있는 걸까.
나는 내 삶을 모두 비워내느데 소진하고 있으면서도,
왜 늘 그 공간을 다른 무엇으로 채우려고만 하는 걸까.
마지막으로 꺼내 입은 반팔에 와닿는 알싸한 가을 바람의 촉감
희박한 희망 속에 가뿐 숨을 몰아쉬는 쓸쓸한 열정의 종말


언제나 기억은 공중을 부유하다 먼지가 되어 심장 속에 녹아든다.
동맥혈 속에 녹아든 시간의 굴레,
빈혈을 유발하는 따가운 햇살, 그대.

구차한 심장 박동, 추억의 용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망각, 그 추억의 아슬한 용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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