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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들로드 : 국수 한 그릇에 담은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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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식감(食感)은 물론이고 가늘고 길게 쭉 뻗어 내려간 모양새까지, 엄청난 감각적 매력을 지닌 음식이 여기 있다. - '누들로드' 이욱정 KBS PD

이 PD 취재 '야마'에 충실하게 한 줄 감상평을 쓰자면 국수는 세계화와 지역화를 모두 담고 있는 정말 멋진 우주다. 가늘고 긴 면발이라는 플랫폼 하나에 국물이나 고명(토핑)을 자기 문화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막힌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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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마르코 폴로가 이탈리아에 국수 문화를 전했다고 내가 알고 있던 잘못이었다. 마르코 폴로 이전 문서에도 국수가 등장하니까. 또 지금처럼 포크 날이 촘촘한 것도 파스타를 먹으려는 열망 때문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 일본에서는 소면을 숙성시켜 먹는다는 것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정말 국수를 중국에서 유럽으로 아랍 상인이 전했을까?'하는 점은 지리상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들면서도 어쩐지 살짝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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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관점에서 일본에 국수가 건너 간 배경은 자세히 취재했으면서 우리나라로 건너 온 배경에 대해서는 취재가 부족한 건 아닌지에 대한 생각도 잠깐. 사료가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중국에서 시작해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북부 아프리카에도 퍼진 국수 문화. 널리 퍼진 것만큼이나 국수 면발 만드는 방식이 참 많이 닮았다는 건 흥미로운 일.(1부 마지막 부분에 자세히 나온다.) 오히려 먹는 법이 더 다양하다고 느낄 정도다.


매일 매일 하루살이 인생인 신문 기자질로 먹고 살아서 하는 얘기지만, 2년 넘게 한 주제에만 매달릴 수 있는 다큐멘터리 PD는 정말 한 없이 부러운 직업이다. 그것도 세계 여기저기를 '회사 돈'으로 돌아다닐 수 있다면 더더욱. 그 전에 창의성이 부족해 이런 아이디어 하나 못 내는 스스로를 탓해야겠지만.

그런데 이 PD는 석사 논문 주제도 '이슬람의 음식 금기'였다. 전공(문화인류학)을 잘 살려 성공적인 취재를 이끌어 낸 것. 밥벌이 안 되는 건 언어학도 만만치 않은데, 도대체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이야기 전개 속도도 빠르고 컴퓨터그래픽이 조금 어색하지만 화면 구성도 나쁘지 않다. 프로그램 진행은 영국 BBC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인 켄 홈, 음악은 윤상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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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외국어를 번역하느라 피하기 어려웠겠지만 나레이션에 '의'가 너무 많이 나와 듣기 힘들었다. 또 나름 잘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안 볼까봐 '쫄았을까?' 5부를 빼면 나머지는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도 살짝 아쉽다.


이 다큐멘터리를 거의 한 달 동안 시간 날 때마다 봤다. 국수가 당기는 건 당연한 일. 이 기간에 엄마한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낮에도 국수 먹었다며?"였다. 오늘도 저녁은 역시 잔치 국수. 아무래도 국수집 딸이랑 결혼을 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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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국수 먹고 싶다.


중앙아시아는 늘 내게 하루라도 더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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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평소에 먹던 국수 말고 다른 걸 요리해 보고 싶다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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