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둘이 강남역 타워레코드로 길을 떠났다. 위시리스트에서 꼭 손에 넣고 싶었던 건 U&Me Blue 2집 'Cry... Our Wanna Be Nation!...'였다.
굳이 CD 한 장을 사려고 길을 나선 건 동네 레코드 가게 주인 아저씨 때문. 그 아저씨는 '엘리엇 스미스(Elliot Smith)' 신보를 사려고 들렀을 때 "너희가 잘 못 아는 것 같다"며 에어로스미스(Aerosmith) 앨범을 건네던 분이었다. 물론 이 가게에는 석 달 전에 나온 'Nothing's Good Enough'도 없었기 때문에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강남역 타워레코드에도 그 앨범은 없었다. 우리는 지하철을 갈아 타고 종로 타워레코드로 갔지만 그곳에도 없기는 마찬가지.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교보문고에 가서도 물었지만 역시나 없었다.
어느덧 해는 기울었고 친구와 나는 저녁 늦게 동네에 도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러본 가게에서 기다렸다는 듯 CD를 꺼내던 아저씨.
지금이라면 역시 사람을 함부로 재단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때는 그냥 '그냥 참 이상하다'는 생각만 하고 계산을 했다.
그 후로 이사를 몇 번 하면서 이 CD는 사라졌지만 지금도 '지울 수 없는 너'가 어디선가 들릴 때만 이 날이 생각난다.
그 레코드 가게는 없어진 지 오래고 친구가 군대를 간 뒤부터 연락이 안 된다.
# 2009년 12월
U & Me Blue가 13년만에 돌아왔다.
이 노래는 원래 작곡자가 방준석 씨기 때문에 이상할 건 없다. 게다가 박중훈 씨, 노브레인, 럼블피시가 부른 것과도 전혀 다른 느낌이다. 뭐랄까? '이젠 우리도 산전수전 다 겪었어요'하는 목소리라고 해야 하나?
사실 복잡한 생각할 것도 없이 U&Me Blue라는 이름으로 다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다. 진심으로 그렇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