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Scribble

2009.10.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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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금요일(16일)에 누군가 내게 "SPSS가 뭐야?"하고 물었다면 난 한참을 뜸 들였다가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통계 프로그램인 건 알아. 그런데 MS 엑셀로 그리기 힘든 그래프 그릴 때 빼고는 잘 안 써봐서 모르겠네."

지금은 SPSS가 Statistical Package for the Social Sciences의 약자라는 것도 알고 (참고로 올해 IBM에서 제작사를 인수하면서 PASW(Predictive Analytics SoftWare)로 이름을 바꾸었다.), 기초적이기는 하지만 300만 행이 넘는 자료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안다. 좋든 싫은 지난 2주간 MS 엑셀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이니까.

사건은 지난주 목요일 시작. 일요일에 근무였기 때문에 금요일은 대휴(代休)였다. 그러나 하필 L 차관이 금요일에 포항 가는 길에 우리 회사에서 누군가 따라가기로 했다. 임신 초기인 K 선배는 비행기를 타는 게 곤란하다고 해서 당연하다는 듯 내가 발탁. (나도 차관은 초면이라고!!)

포항 일정을 소화할 때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포항 공항에서 김포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전화가 왔다. '서울 오면 즉각 회사로 와라.' 별 수 있나.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올림픽대로에서 '회사 들어오면 또 얘기하겠지만, 내일 출금 좀 해야겠다'는 전화를 받을 줄.

신문 기자질의 제일 좋은 점은 평일에도 밤 12시가 넘어가면 일이 99.9% 끝나고, 토요일에도 99.9% 쉰다는 것이다. 하지만 살다 보면 토요일에도 새벽 1시 넘게 회사에 남아 있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 날이 그랬다. (포도청은 소중하니까요!!)

금요일에 회사로 들어갔더니 원자료(Raw Date)가 들어있는 CD가 기다린다. 엑셀로 열려고 했지만 60만 행에 육박해 열리지 않는다. 그때 내 잘난 척이 발목을 잡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SPSS로 돌리죠, 뭐"하고 호기롭게 말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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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파일을 열기는 했지만 도무지 어떻게 쓰는 건지 알 수가 있나. 결국 자주 가는 한 사이트 유저분께 'A Step-By-Step Guide to SPSS for Sports and Excercise Studies'라는 책을 PDF 파일로 받아 연구(?)를 시작했다. (분명 대학 때 DB 구축 관련 수업을 들었지만 다 소용 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났더니 대충 그림이 보이더라. 결국 이리저리 파일을 돌리면서 필요한 정보를 만들기 시작. 프로그램이 완전히 손에 익지 않아 불편한 점이 없던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필요한 수준으로 가공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노력상 좀 달라고!!)

그렇게 토요일이 가고 일요일에는 본격적인 노가다 시작. 기사 쓰는 것보다 데이터 돌리는 데 시간이 더 드는 순수 노가다. 월요일, 화요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 (이틀 연속 1톱3박을 쓰는 날이 또 오려나 ㅡ.-y~~~~~~~~)

화요일에 국장이 "먼저 한 방 맞았을 땐 너네 팀 다 불러 모으고 싶었다. 월요일에도 화가 안 풀렸어, 솔직히. 그런데 오늘 신문 보니까 'KO승은 못했지만 판정승은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씀하시면서 일단 숨 고르기.

금요일자 신문에 N이 마지막으로 기자 컬럼까지 쓰면서 완전히 마무리됐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차장이 목금토일 황금 연휴를 주고, 때마침 H한테도 e메일이 와서 기뻤지만, 목요일 아침에 눈을 떴더니 다리가 아팠다. 제길. 그리고 지금도 다리가 약간 불편하다. 덕분에 오늘 결혼식 두 탕은 스킵. (내 뷔페값 돌려줘 ㅠㅠ)

그러니까 제가 게을러서 Link-O-Rama를 두 주 건너뛴 게 아니라고요. (기다리시는 분도 없겠지만 -_-;)

일하면서 C선배와 차장한테 원망하고 싶은 일이 없던 건 아니지만, 다 지난 일은 묻어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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