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Scribble

만 삼십세를 맞으며

#1 스무살 - 이장혁




#2 삼십세 - 최승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 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이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뜨려지고
부릅뜬 흰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우리 철판깔았네



─── kini註 ────────
스무살 때 난 몹시 서른이 되고 싶었다. 서른이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해도 되는 것도 하면 안 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됐을 때도 또 이렇게 만 삼십세를 맞이할 때도 안 되는 모양이다.

이제는 '밝게 다소 경박하게 하지만 진지하게'라던 인생 모토를 조금 바꿔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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