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테네시주에 갔을 때 일이다. 우연히 그 지역 교민회장님을 소개 받았다. 회장님은 전두환 '장군님' 쪽에서 12·12에 참여하셨던 분. 덕분에 체류 기간 내내 전 장군님께서 얼마나 훌륭하신 분인지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어쩌면 전두환 대통령 시절이 가장 살기 좋았다는 말은 경험적은 물론 통계적으로나 참값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런데 회장님이 아직 20대였던 내게 '장군님 찬양론'을 펼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직업 때문이었다. 회장님은 조중동 기자라면 마땅히 전 전 대통령을 흠모할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었던 것. 나도 그저 평생 다시 볼 일이 거의 없을 게 틀림없는 분과 기분 상하는 일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맞다. 5·18 때까지 전두환 장군은 쿠데타는 일으켰지만 대통령은 아니었고, 계엄사령관이나 공수부대장 같은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상 발포명령자가 될 수 없었다. 영화 '26년'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이 분에 대한 내 견해를 바꾸기 어려운 건 회장님이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말씀하셨던 것처럼 "요즘 젊은 친구들은 전교조 교육을 받아서 쪼까 거시기허기" 때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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