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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29 국민교육헌장 선포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때다." 사실 나는 국민교육헌장 전문을 반드시 외워야 한다고 강요받은 세대는 아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 두 문장은 외우고 있다. 내 또래 대부분도 첫 문장은 외울 터. 40대 이상 선배 중에서는 전문을 외운다는 이들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44년 전 오늘 이 국민교육헌장이 세상에 나왔다. 국민교육헌장은 기초위원 26명과 심사위원 49명이 모여 초안을 만들었다. 국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제5차 교육과정 때까지는 모든 교과서 앞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 두고 극단적인 민족주의는 오히려 독이 된다, 충(忠)만 강조하고 효(孝)는 없다는 비판은 처음부터 존재했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한 교수 혹은 교사들은…….

말하자면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쓴 소설가 박민규 씨가 "히틀러와 칭기즈 칸도 하지 못할 짓을 우리는 잘도 했다"는 말이 완전 거짓말은 아니었던 것. 결국 1994년 국민교육헌장은 폐기됐고, 2003년 노무현 정부는 국민교육헌장 선포 기념일도 없앴다. 그래도 "반공 민주 정신에 투철한 애국 애족이 우리의 삶의 길이며, 자유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라는 말을 신주단지처럼 떠받드는 선배들이 참 많은 걸 보면 역시 정신이란 쉽게 바뀌는 게 아닌가 보다.

기사 읽기: http://bit.ly/R6kPJ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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