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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98 대연각 화재


1966년 노벨 문학상을 탄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이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사람보다 단지 몇 명 더 많을 뿐"이라고 썼다. 그러나 1971년 성탄절에 대연각 호텔에서 불이 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을지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불을 전부 끄는 데 10시간이나 걸렸고 그 과정에서 총 166명이 숨졌다. 이 중 38명이 추락사였다.

이 건물은 22층짜리다. 지금 상식으로 생각해 보면 남산 3호 터널을 빠져 나와 바로 앉아 있는 그 건물에 불이 난 걸로 이렇게 난리였다는 게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건물에서 700m 떨어진 곳에 회현소방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시 몇 대 없던 고가 사다리 차량이 8층까지밖에 못 올라갔고, 건물에 헬리패드가 없어 헬기가 착륙할 수도 없었다는 것. 건물 안에 스프링클러도 당연히 전무했다. 이 사건 이후에야 우리 사회는 이런 당연한 장비들을 갖추도록 법적으로 강제했다.

그런데 인간이란 사실 얼마나 잔인한 동물인가. 불이 났다는 소식이 들리자 사람들이 속속 불구경을 하러 모여들기 시작했다. 택시를 잡아타고 도착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을 통제하는 데만 헌병과 경찰 200명을 동원했을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남의 불행을 보고 행복해 하는 마음'을 뜻하는 구체적인 낱말이 없다는 건 어쩌면 참 위선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기사 읽기: http://bit.ly/19fUI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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