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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은 왜 탄천일까?


중국 고대 설화에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동방삭(東方朔)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보통 이름 앞에 '삼천갑자'라는 표현이 호(號)처럼 따라다닌다. (정확하게는 이명·異名이 삼천갑자) 1갑자는 60년. 고로 동방삭은 18만 년을 살아 남은 것이다.

염라대왕은 그를 붙잡아 들이라는 퀘스트를 여러 차례 내렸지만 실패하기 일쑤였다. 3000갑자나 살며 터득한 꾀에 번번이 당했던 것. 그리하여 저승사자 대장 '강림도령'이 나섰다. 그는 땅에 내려오자 숯(炭)을 사서 냇가에서 씼었다. 이를 본 사람들이 왜 숯을 씻고 있냐고 물으면 그는 "숯을 씻어 하얗게 만들려고 한다"고 답했다.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백발노인이 나타나 똑같이 물었다. 대답도 똑같았다. 그러자 그 노인은 혀를 차며 "내가 3000갑자나 살았지만, 숯을 하얗게 만들려고 씻는다는 놈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에 강림도령은 "잡았다, 요놈!" 강림도령이 숯을 씻던 냇가가 바로 성남에서 한강으로 흘러오는 탄천(炭川)이다.

중국 역사에는 전한 시대 역사가 사마천(司馬遷)과 죽마고우였던 동방삭도 등장한다. 사실 설화 속 동방삭은 이 인물이 '선도 복숭아'라고 하는 과일을 먹고 영생을 얻은 형태로 등장한다. 이 동방삭이 남긴 가장 유명한 말이 바로 고사성어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얼음과 숯은 함께 할 수 없다)"이다. 그러니 숯하고는 이래저래 인연이 많은 것. 단 내용은 삼천갑자와 정반대다.

氷炭不可以相並兮  얼음과 숯은 서로 함께 할 수 없다.
吾固知乎命之不長  내 처음부터 목숨이 길지 못한 것을 알았노라.
哀獨苦死之無樂兮  홀로 고생하다 죽으니 낙이 없네
惜予年之未央 천수를 다 누리지 못하니 안타까워 하노라 - 동방삭 '칠간전(七諫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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