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우산
예전에 성신여대 앞에 자주 가던 바(Bar)가 있었다. 정확한 상호는 잊었지만, 아마도 이거나 이거나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전혀 다른 상호였을지도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역시 피아노의 존재니까. 사실 까지 배운 처지에서 피아노가 낯설다고 말하는 건 강습비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피아노 학원 문을 나선 11살 때부터 그때까지 나는 피아노라는 것을 쳐본 일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피아노를 치기 위해 그 가게에 들렸던 것은 아니다. 당연하지 않은가. 고작 피아노 한 번 쳐보겠다고 수원에서 가기에 성신여대는 확실히 너무 먼 곳이니 말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나는 그 가게에 단골이 됐고, 곧잘 마감을 한 다음에도 사장님이 치는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동이 틀 때까지 술을 마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