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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115 시크하다


네이버 국어사전은 '시크하다'는 말을 "[형용사] 세련되고 멋있다"고 풀이하면서 '신어(新語)'라는 꼬리를 붙였다. 아직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이 낱말이 올라있지 않으니 새롭다고 해도 좋은 걸까. 사실 이미 86년 전 오늘자 동아일보는 '신어해설' 꼭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시크를 소개했다.


"불어 Chic인데 요사이 항용 쓰는 데는 여기에 영어 Girl, Boy를 붙여 'Chic Girl'이니 'Chic Boy'니 한다. '쉬크'라는 말은 쉽게 얘기하면 멋쟁이 하이칼라(kini註 - High Collar·서양식 유행을 따르는 멋쟁이)란 뜻이다. 외형만 멋쟁이인 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잘 이해하고, 유행의 첨단을 걷는 데 아무 빈틈 없는 근대인에게 적절한 형용사이다. '모보·모껄(kini註 - 모던 보이, 모던 걸)'이 엉터리없이 내면이 빈약함에 반해 '쉬크 보이', 쉬크 걸은 훌륭한 신사 숙녀라 하는 것이 쉬크 찬미자의 말이다."


이 꼭지에 또 어떤 낱말을 소개했을까 궁금해 찾다가 이 꼭지가 처음 문을 연 1931년 3월 9일 기사에서 발견한 한 구절. "(미국 배우) 해리 크로스비 씨는 재작년 6월 트랜지션지(誌)에 '신어는 낡은 어휘에서 도망쳐 나온 뱀이다. 거인(사전)의 어깨 위에 앉아서 거인 자신보다도 더 멀리 미래를 바라보는 주유(侏儒·난쟁이)'라고 했다."


이 시리즈를 열심히 쓸 때 자주 썼던 것처럼 정말 아이폰만 들고 갈 수 있다면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에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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