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다운증후군일 확률은 0.5%도 안 되는 거야."
회사원 A 씨는 배 속에 있는 아이가 혈액 검사 결과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에 속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분류 기준은 270 대 1(0.370%). A 씨는 일단 이 정도면 '별 거 아니다'고 아내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런데 이튿날 산부인과를 찾았더니 놀랄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운증후군 위험 확률이 5 대 1(=20%)이었던 것. A 씨는 '식겁했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검사 정확도가 95%"라고 말씀하시자 A씨는 그나마 안심이 됐습니다.
A 씨가 집에 돌아와 스마트폰 계산기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두드려 보고 꺼낸 말이 바로 저 첫 줄이었습니다. 20%가 어떻게 0.5%로 갑자기 줄었을까요? 유식한 말로 '베이즈 정리'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전체 인구 중 5%가 걸리는 병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환자 400명이 있다면 이 중에 실제로 병이 없는 건 380명, 병에 걸린 건 20명이 될 겁니다. 아래 그림처럼 말입니다.
이 병이 있는지 검사하는 테스트는 정확도가 95%입니다. 그러면 병이 없는 380명 중에서 95%인 361명(①)은 병이 없다는 진단을 받겠지만, 5%인 19명(②)은 병에 걸렸다는 오진을 받을 겁니다. 병이 있는 20명 중에서도 95%인 19명(③)은 제대로 결과가 나오고 5%에 속하는 1명(④)은 병이 없다는 결과를 받아들게 될 겁니다.
그러면 병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건 총 38명(②+③)이 됩니다. 이 중에서 실제로 병이 있는 건 19명(③)입니다. 이를 통해 발병율이 5%인 질병은 검사 정확도가 95%인 테스트에서 병이 있다는 결과를 받아도 실제로는 50%만(=19÷38)만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림으로 설명한 걸 수식으로 쓰면 맨 위에 있는 그림처럼 나옵니다.)
이건 이해를 돕고자 발병율을 너무 부풀렸습니다. 다운증후군은 태아 800명 중에 1명(0.125%)꼴로 나타납니다. 이번에도 검사 정확도는 95%. 마찬가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다운증후군이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해도 실제로 21번 염색체가 3개일 확률은 2.3%밖에 되지 않습니다. A 씨는 그나마 또 5 대 1 확률이니까 다운증후군 확률은 0.46%(=2.3%÷5)로 더 내려갑니다.
그런데도 오진율 5%짜리 검사를 실시하는 건 코가 넓은 그물로 먼저 고위험군을 한 번 걸러내려는 목적입니다. 혈액 검사 결과 다운증후군 소견이 있으면 병원에서는 보통 검사 정확도 99% 이상인 양수 검사를 권합니다. 이러면 당연히 정확하게 진단할 확률도 올라가게 됩니다.
설사 확률이 0.46%라고 해도 자기 아이 21번 염색체가 3개이면 어쩔 수 없이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 A 씨 부부는 결국 양수 검사를 선택했고 염색체에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0.46% 남았던 의구심마저 사라지자 A 씨는 "세상에는 꼭 100%에 수렴해야 안심하는 확률도 잊게 마련"이라는 당연한 진리를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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