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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을 읽읍시다 #119 로봇 골프 코치


88년 전 오늘(1931년 4월 5일)자 동아일보에는 아주 재미있는 사진이 나갔다. 얼핏 보면 한 서양 여성이 로봇 코치에게 골프 레슨을 받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 설명도 그럴 듯하다.


"이것은 기계가 사람에게 『골프』를 가르치는 광경입니다. 이러한 기술까지도 기계에게서 배우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합니다. 경제상 필요로 사람이 기계화하는 반면에 기계가 차차 사람 노릇을 하게 되는 것이 현대입니다." (본문에서는 기계·機械를 '기게'로 표기)


1930년대에 이미 로봇 골프 코치가 있었다니 놀랍지 아니한가!


사실(史實)은 좀 싱겁다. 이 기사가 오보이기 때문이다.


이 여성이 로봇 코치에게 정말 골프를 배우고 있는 건 맞다. 문제는 그게 영화 속 장면이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영화 '백 투 더 퓨처'를 보고 타임머신이 실제로 있는 것처럼 진지하게 기사를 쓴 셈이다. 그게 머쓱했는지 분명 『로보트時代』 (2) 기사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로봇 골프 코치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1930년 미국에서 만든 '러브 인 더 러프(Love in the Rough)'라는 코미디물이다. 영화 이름을 안다는 건 출연자 이름도 알 수 있다는 것. 이 사진에서 왼쪽 배우는 도로시 조던(1906~1988), 오른쪽은 페니 싱글턴(1908~2003)이다. 신문 화질이 나빠 사진 속 여성이 누구인지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둘 중 하나인 건 확실하다. 


이 로봇 골프 코치에 (누군지 모르는) 동아일보 기자만 낚인 건 아니다. 21세기에도 '고전 괴짜 발명품'이라는 유튜브 동영상에 이 영화 장면이 들어갈 정도다.



아, 물론 그렇다고 이 로봇이 골프를 가르치는 데 영 소질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영화 소품이었다고 해도 사람이 따라할 만큼 골프 스윙이 좋았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그러니 어쩌면 죽을 때까지 한 번도 골프채를 잡아보지 못했을 이 기자는 너그럽게 용서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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