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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 와이파이는 어떻게 작동할까? 그리고 왜 이렇게 느릴까?


때는 바야흐로 2016년 오늘. 저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취재하러 가는 길이었고 대서양 위를 날아가는 비행기에 타고 있었습니다. 비좁은 이코노미석에서 겨우 다리를 뻗고 잠을 청하는 순간 들려온 소리.


"카톡 왔숑~"


응? 혹시나 하고 전화기를 확인해 보니 정말 카카오톡 메시지가 하나 들어와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아 보니 제가 당시 이용한 항공사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를 10MB까지는 무료로 제공 중이었습니다. 전화기가 자동으로 와이파이 신호를 잡아서 메시지가 날아왔던 것. 그렇게 저는 뜻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기내 와이파이가 훨씬 대중화된 상태. 현재 최소 82개 항공사가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중 △노르웨이 항공 △녹에어 △에미레이트 항공 △제트블루 항공 △중국국제 항공 △터키 항공 △필리핀 항공 △홍콩 항공 등 8개사는 무료 와이파이 용량을 제공하니 이들 회사 비행기를 타게 된다면 이용해 보셔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기내 와이파이는 어떻게 작동할까?


그런데 생각해 보면 신기하지 않은가요? 도대체 하늘 위까지 어떻게 인터넷 신호를 보내는 걸까요?


지상에서 보면 국내선은 보통 2만5000피트(약 7.6㎞), 국제선은 3만5000피트(약 10.7㎞) 위를 날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가 이륙을 마치고 나면 전화기가 터지지 않습니다. 기지국에서 그 높은 곳까지 신호를 보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4세대(4G)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 기지국 도달거리(coverage)는 수 km 수준이며 거리가 멀수록 신호가 약해집니다.


게다가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입니다. 실제로 비행기는 정말 빠릅니다. 보잉 747을 예로 들면 순항(巡航) 때는 시속 565마일(약 910㎞)을 유지합니다. 물체가 빠르게 움직인다는 건 짧은 순간에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뜻. 이러면 애써 연결에 성공해도 이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불평만 하거나 일찌감치 포기했다면 기내 와이파이는 성공하지 못했을 겁니다. 실제로 항공사는 땅에 있는 기지국을 이용하는 공대지(空對地·Air-to-ground) 연결뿐 아니라 인공위성까지 활용해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화 신호를 하늘에서 잡기 어려운 건 전화기가 작고 그래서 안테나도 작고 힘도 약하기 때문입니다. 비행기는 특수 안테나를 설치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땅과 신호를 주고 받아야 하기에 이 안테나는 날개 밑에 설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 안테나가 인터넷 신호를 수신하면 기체 안에 있는 인터넷 공유기가 와이파이 신호로 바꿔서 기내에 전달합니다. 그렇게 3MBps 정도로 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공대지 방식은 기지국이 앉아 있는 땅 위를 날아갈 때만 신호 연결이 가능하다는 것. 국제선 비행기는 허허벌판 또는 바다 위를 날아야 할 때도 많기 때문에 계속 이런 방식을 쓸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인공위성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기체 몸통 위에 돔 형태로 된 안테나를 부착해 정지 궤도를 돌고 있는 통신위성과 신호를 주고 받는 방식입니다. 땅에 있던 기지국 송수신탑이 우주 위로 올라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인공위성을 사용하면 최고 속도 70MBps 정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 이때는 비행기 ↔ 통신위성 ↔ 지상 기지국 순서로 신호를 주고 받기 때문에 지연 시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기내 와이파이 비싸니까 쓰지마?


여기서 놓치면 안 되는 건 위성 인터넷 방식이 '더 빠르다'는 거지 '정말 빠르다'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이렇게 기내 와이파이가 느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요는 아주 많은데 공급은 너무 적으니까요.


처음 기내에 무선 인터넷 장치를 설치할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노트북(랩톱) 몇 대를 연결할 정도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거의 모든 승객이 모바일 기기를 최소 하나씩은 들고 비행기에 오르는 세상이 열렸습니다.


또 예전에는 컴퓨터로 (텍스트 중심인) e메일을 주고 받고, 웹 서핑을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인터넷 속도가 나오면 충분했습니다. 이제는 유튜브, 넷플릭스 세상입니다. 동영상 스트리머 한 명이 쓰는 트래픽은 평범한(?) 인터넷 사용자 1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양과 맞먹습니다. 


게다가 위성 한 대와 비행기 한 대가 일대일로 연결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전화기가 잘 터지지 않는 것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을 쓰면 위성 인터넷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그나마' 인터넷 속도를 확보할 수 있을까요? 네, 가격을 올리면 됩니다. 여전히 기내 와이파이가 비싼 이유입니다.


'위성 안테나'도 와이파이가 비싼 이유가 됩니다. 유선형 기체 위에 튀어 나온 부분(안테나)이 있으면 비행기가 날아갈 때 공기 흐름이 바뀌고 그 결과 연료를 더 많이 먹게 됩니다. 기내 와이파이를 쓸 때는 통신비뿐 아니라 연료값도 들어가 있는 겁니다.



그래도 저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 우리가 이런 고민을 했다는 게 우스워 보이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비행기를 타면 무료로 혹은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충분히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


이번에도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리가 원하니까요.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은 맛있는 기내식, 넓은 좌석 간격보다 와이파이를 더 원합니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사실 놀랄 만한 발전. 솔직히 엊그제까지만 해도 '기내 와이파이는 정말 바쁜 비즈니스가 있는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셨잖아요?


10년 전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우리나라는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좋아하면서, 노트북으로 무료 와이파이를 잡아 블로그에 몇 줄 남겼던 것처럼 비행기 안에서 포스팅할 그 날을 기다리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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