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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율 0.13%면 검사는 무소불위 권력?


MBC에서 재미있는 뉴스를 내보냈습니다. "검사 기소율은 0.13%…검사 성매매법' 따로 있나" 이 기사입니다. 앵커 멘트부터 보시겠습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것 때문에 이른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말합니다.


이게 어떻게 증명되냐면 검사가 저지른 사건을 검찰이 재판에 넘기는, 즉 기소율은 5년 간 0.13%였습니다.


일반인 사건이 40%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체감하실 겁니다.


어느 검사의 성접대 의혹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그러면서 MBC는 김형준 전 부장검사 성접대 (의심) 사건을 소개합니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에서 접대부와 호텔방에 들어갔고 이에 대한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도 인정해 놓고 "두 사람이 성관계를 부정하고 있고 실제 성관계를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성매매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는 겁니다.


'이 수사 결과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네, 그렇습니다'입니다.


단, 이 사건이 검사 기소율이 0.13%밖에 되지 않는 걸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숫자를 근거로 "검찰이 무소불우의 권력을 가졌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도 무리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0.13%라는 숫자 자체는 문제가 없습니다. MBC가 김종민 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받아서 공개한 최근 5년(2014~2019년 7월) 검사 기소율 자료를 보면 검찰은 검사가 법을 어겼다고 의혹을 받는 사건 1만1852건을 접수해 이 중 14건만 기소했습니다.



자, 그럼 대한민국에 검사는 모두 몇 명일까요? 올해 기준으로 2292명이 정답입니다. 2292×5=11460입니다. 전체 사건접수가 1만1852건이니까 검사 한 명이 1년에 한번 정도는 고소 또는 고발을 당하는 겁니다. 일반인이 이렇게 자주 고소·고발에 휘말리나요?


물론 개중에는 김 전 부장검사 사례처럼 일반 법상식에 맞지 않는 사례도 분명 있을 터.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이렇게 자주 고소·고발 당하니까 기소율이 내려가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또 검사를 이렇게 자주 고소·고발할 수 있다는 건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는 명제를 반증하는 것 아닌가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는 명제 자체를 부정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저 이 사례와 통계만으로는 앵커 멘트처럼 이 명제를 증명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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