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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GDP 그리고 기업 매출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 중인 방탄소년단. 동아일보DB


방탄소년단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BTS 그러니까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가운데 0.3%를 차지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작은 미국 연예 잡지 '더 할리우드 리포터'에서 "방탄소년단이 한국 GDP 가운데 46억5000만 달러(약 5조3800억 원)를 차지한다. 이는 방탄소년단을 삼성, 현대와 같은 리그에 포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난달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한 것이었습니다.


(I)t accounts for $4.65 billion of South Korea's GDP. That's enough to put it in the same league as Samsung and Hyundai.


더 할리우드 리포트는 이 금액 출처를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추측컨대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지난해 12월 발표한 '방탄소년단(BTS)의 경제적 효과'를 인용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연구원은 방탄소년단이 연간 5조5000억 원 정도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5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서 사실 확인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이 앨범과 공연 티켓 및 관련 상품 판매, 관광객 유치 등으로 수십 억 달러 매출을 일으키는 건 사실이지만 대기업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명목 GDP는 1조6194억 달러였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밝힌 지난해 매출은 243조7700억 원으로 달러로 환산하면 약 2120억 달러 정도 됩니다. 그러면 삼성전자가 지난해 한국 GDP 가운데 약 13.1% 정도를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현대자동차는 한국 GDP 가운데 5.3%, LG전자는 3.4%, 기아자동차는 2.9%, 대한항공은 0.7%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대한항공 다음이 방탄소년단(0.3%)입니다.


Infographic: How Much Money Does BTS Make for South Korea? | Statista

You will find more infographics at Statista


대한항공에서 올해 4월 30일 공개한 '숫자로 보는 대한항공 50년 발전사'를 보면 전 세계에서 근무하는 대한항공 임직원은 2만654명입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일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지는 않겠죠? 방탄소년단이 확실히 대단한 기록을 쓰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기업 매출을 GDP와 비교하면 곤란한 이유

한국 주요 대기업 로고


이렇게 매출과 GDP를 비교하는 건 아주 흔한 일. 심심하면 한 번씩 기업 매출과 GDP를 비교하는 기사가 나올 정도입니다. 심지어 삼성, 현대차, LG, SK 같은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경제지에서도 (연합뉴스를 인용해) "삼성전자·현대 매출 합치면 GDP 20%…'대기업 의존 심화'"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런 비교가 이상하다는 건 본인들도 압니다. 위에 링크한 기사는 이런 문장으로 끝이 납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매출액과 국가 GDP는 산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대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컷 비교해놓고 마지막에 슬쩍 '직접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변명하니까 좀 군색하지 않은가요?


기업 매출은 그 회사가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팔아서 번 돈을 전부 합친 금액입니다. 반면 GDP를 계산할 때는 부가가치만 따집니다. 그것도 국내에서 발생한 부가가치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옷을 파는 쇼핑몰을 운영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후드티 생산업체에서 한 벌에 2만 원을 주고 옷을 사온 다음 제 나름대로 디자인 작업을 거쳐서 한 벌에 3만 원에 내놓는 방식으로 돈을 법니다.


이 옷을 누군가 사갔다면 이 쇼핑몰 매출에 3만 원을 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가가치는? 1만 원입니다. 2만 원은 제가 생산업체에 이미 지불한 돈이니까요.


GDP를 이렇게 계산하는 이유는 실제 생산물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목적입니다.


다시 쇼핑몰 사례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후드티 생산업체도 원단 판매업체에서 1만 원을 주고 원단을 사왔습니다. 이때 매출을 계산하면 원단 판매 업체 1만 원, 후드티 생산업체 2만 원, 쇼핑몰 3만 원이 됩니다.


그럼 이 과정에서 실제로 생산한 6만(=1만+2만+3만) 원어치를 생산한 건가요? 아닙니다. 3만 원짜리 후드티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GDP를 계산할 때는 각 단계에서 부가가치를 더하거나(1만+1만+1만 원) 아니면 최종 생산물 가격(3만 원)만 활용합니다.


2014년 기준 현대·기아차 해외공장 현황. HMG 저널 제공


게다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GDP를 계산할 때는 해외 생산은 전부 제외합니다. 현대차는 2017년 기준으로 국내 생산 44%, 해외 생산 66%였는데 66%가 GDP 계산 때는 전부 빠지는 겁니다. 매출을 따질 때는 당연히 국내·외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 나라 기업 매출액을 다 더하면 100%를 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언론에서 "10대 기업 매출이 GDP 44%"라고 소개한 2017년 중소기업 매출은 총 2550조 원으로 당시 GDP 142% 수준이었습니다.


요컨대 그냥 덩치가 큰 숫자가 하나 필요하니까 기업 매출 또는 자산을 GDP와 비교하는 것뿐 크게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류현진 연봉은 어느 나라 GDP에 잡힐까?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서 6년간 54승 33패 평균자책점 2.98을 기록한 류현진. LA 다저스 페이스북


자, 그럼 여기서 퀴즈.


류현진은 올해 메이저리그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에서 연봉 1790만 달러(약 207억 원)를 받았습니다. 이 돈은 어느 나라 GDP에 잡힐까요? 한국 아니면 미국?


네, 맞습니다. 정답은 미국입니다.


대신 류현진이 국내 기업 광고를 찍고 받은 돈은 한국 GDP에 잡힙니다.


마찬가지로 손흥민이 2019~2020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받게 될 연봉 728만 파운드(약 108억 원)는 영국 GDP에, 광고 수익 등은 한국 GDP에 들어갑니다.


거꾸로 외국인 선수가 한국 프로 스포츠 리그에서 활약한 대가로 받은 돈은 한국 GDP 계산에 씁니다.


그럼 방탄소년단은 어떨까요? 국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만큼 복잡한 계산이 뒤따라야 할 겁니다.


확실한 건 경제적 창출 효과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GDP 정도는 되어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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