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Currents

한국인은 정말 평생 일해도 5억 손해?


아, 이거 진짜 창의적인 해석입니다.


머니투데이는 9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6 국민이전계정' 내용을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왜 헬조선인가 했더니…평생 일해도 '5억 적자'"라고 제목을 달았습니다.


제목만 보면 한국 사람들은 평생 돈을 벌어도 세상에 빚 5억 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이 제목이 왜 문제인지는 이 기사 마지막 단락만 읽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이전계정은 순수 노동소득만을 고려한 것이다. 노동소득 외에 자본소득, 이전소득 등은 고려되지 않았다. 통계청은 국민이전계정 조사가 노동소득과 소비의 관계만 대상으로 하기에 생애주기 적자가 나타나는 것은 일반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이 적자는 크면 클수록 좋습니다. 내가 일해서 돈을 벌지 않아도 어디선가 그만큼 쓸 돈이 생긴다는 뜻이니까요.


어디서 돈이 생기냐고요? 금융 또는 부동산 투자로 돈이 생기기도 하고 부모님이 용돈을 주시거나 아니면 재산을 물려주시기도 합니다. 물론 정부가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기도 합니다. 


한국노동패널조사 20년차 데이터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한국 가구 평균 소득은 4640만 원입니다. 이 가운데 3758만 원(80.1%)이 노동 소득이고 나머지 882만 원(19.9%)이 △이전소득(6.7%) △부동산소득(5.8%) △사회보험(4.2%) △금융소득(0.6%) △기타소득(1.7%) 그러니까 '어디선가 생긴 돈'입니다.



이렇게 보면  어디선가 생긴 돈이 많다고 나쁠 게 없지 않나요? 그러니 이 적자가 크다고 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 조사에서 하위 20%는 평균 가국 소득이 995만 원인데 이 중 30.5%인 303만 원만 노동 소득입니다. 국민이전계정 계산법에 따르면 이들 가구가 '어디선가 생긴' 692만 원을 쓰면 그만큼 적자지만 분명 이 돈 때문에 이 가구 삶의 질이 올라갈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 적자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평생 일해도'라는 표현도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국민이전계정은 한 해에 각 나이를 기준으로 삼은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1인당 GDP가 3만 불이라고 할 때 그 3만 불은 0세부터 100세까지, 모든 인구들이 다 3만 불의 소득을 가진다는 의미로 다 이해하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유년층은 소득이 없고,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부터 소득이 생겼다가 40~50대에 피크를 찍고 그다음에 노년층으로 갈수록 소득이 내려가겠죠. 노동소득의 흐름은 그렇습니다. 그거를 연령별로 만든 것이고요.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국민이전계정 개발 결과'


따라서 그저 '2016년 기준으로 재정 부담이 세대 간에 이렇게 (재)분배 되더라' = '각 나이 사람들이 노동 소득으로 얼마를 버는데 얼마를 쓰더라'는 뜻이지 한 사람 평생 경제 상황을 이 통계로 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요컨대 이 기사는 제목 장사로 사람들을 낚은 겁니다. 그러나 어쩌면 낚은 사람은 낚으려는 뜻이 없었을 거고, 낚인 사람도 대부분 낚인 줄 몰랐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정말 좋은 낚시였네요.

댓글,

Currents | 카테고리 다른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