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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을 영어로는 왜 quarantine이라고 할까

일본 도쿄 나리타(成田) 국제공항 검역소 풍경. 도쿄=로이터 뉴스1


해외에서 전염병이나 해충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공항과 항구에서 하는 일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 자동차ㆍ배ㆍ비행기ㆍ화물 따위를 검진하고 소독하며, 승객들에게 예방 주사를 접종하거나 병이 있는 사람을 격리하고, 동물이나 식물을 따로 보관하여 병의 유무를 살핀 뒤 폐기하거나 통과시키거나 하는 일 따위가 이에 속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져온 '검역(檢疫)' 뜻 풀이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요즘 자주 보게 되는 낱말이기도 합니다.


이 검역을, 맨 위에 있는 사진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영어로는 'quarantine'이라고 합니다.


음악에서 사중주Quartet(쿼텟)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이 낱말도 숫자 4와 관련이 있습니다.



quarantine은 이탈리아 베네토주에서 쓰는 베네토어(語) 낱말 'quarantena'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4, 15세기 문서에 주로 등장하는 이 낱말은 '40일'이라는 뜻입니다.


당시 유럽에서는 흑사병이 유행해 7500만~2억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에 베네토주 대표 도시 베니치아(베니스)는 흑사병이 유행하거나 그럴 위험이 있는 도시에서 온 배가 바로 항구에 들어오는 걸 막았습니다.


대신 항구 도착 40일 뒤까지 이 배에서 흑사병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사람이나 화물을 내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베네치아 항구 풍경. 론리 플래닛 홈페이지


왜 하필 40일이었을까요?


그건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예수는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뒤 40일 동안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기독교에서 이 유혹을 물리친 것을 기리는 시기가 바로 '사순절(四旬節)'입니다.


(각 달을 초순, 중순, 하순으로 나눌 때도 쓰는 순·旬은 '열흘'이라는 뜻입니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중세 시대에는 종교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였고 흑사병 자체를 악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흑사병 실제 잠복기는 6일 정도지만 40일을 기다리게 했던 겁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은 40일과 별 관계가 없지만 검역을 여전히 quarantine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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