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Currents

수단 여성 할례 불법화…"수단 여성의 승리"


한국에서 흔히 '여성 할례(割禮)'라고 쓰는 '여성 성기 훼손'(FGM·Female Genital Mutilation)이 수단에서 불법이 됐습니다.


앞으로 수단에서 FGM을 행하는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게 됩니다. 의료인도 예외가 아닙니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수단 과도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형법 수정안을 22일 승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NYT는 "수단 여성의 승리"(A Victory for Women in Sudan)라고 평가했습니다.


셀마 이스마엘 수단 유니세프 대변인은 "딸에게 FGM을 해주지 않으려 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던 어머니들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수단 소녀들. 유니세프 홈페이지


수단은 1989년부터 권좌에 앉아 있던 오마르 알바시르(76) 전 대통령을 지난해 4월 11일 축출했습니다.


그 뒤 들어선 과도 정부에서는 전체 20개 부처 가운데 5개 부처 장관을 여성이 맡고 있습니다.


여전히 절반이 되지 않는 숫자지만 알바시르 대통령 시절 여성 장관은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습니다.


알바시르 대통령 시절 수단 여성은 바지도 입을 수 없없고, 공부를 하고 싶은 만큼 학교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수단 수도 카르툼을 걷고 있는 여성들. 카르툼=로이터 뉴스1


수단 남성 사이에서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가 아니라 '소유물'로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니 FGM이라는 악습이 기승을 부릴 수 있던 겁니다.


2016년 유니세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단 15~49세 여성 87%가 FGM을 경험했습니다.


소말리아(98%) 기니(97%) 시에라리온(90%) 말리(89%)에 이어 이집트와 함께 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비율입니다.



그나저나 도대체 FGM이라는 게 뭘까요?


국제 구호 개발 기구 '월드비전'은 FGM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여성 할례 (Female genital mutilation)는 의료적 목적 없이 성인식이라는 미명 아래 여성 성기의 전체 혹은 일부를 제거하거나 상처 낸 뒤 좁은 구멍만 남긴 채 봉합하는 의식을 말한다.


여성 포경수술(female circumcision) 또는 컷팅(cutting)이라고도 불리며, 대다수의 경우 미성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이 설명은 '아주 순한 맛'이고 실제 FGM은 맵고 또 맵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FGM을 네 종류로 구분합니다. 이 네 종류를 '중간 맛'으로 된 영상으로 봐도 이 정도입니다.



소말리아에서 태어나 영국을 중심으로 활동한 슈퍼 모델 출신 와리스 디리(55) 씨는 1997년 '마리끌레르' 인터뷰를 통해 다섯 살 때 FGM을 당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흔히 '봉쇄술'이라고 부르는 WHO 기준 타입 III 형태로 FGM을 당한 여성이 제일 많습니다.


소변과 생리혈이 나올 수 있도록 작은 구멍만 남겨 놓고 나머지는 전부 꿰매는 방식이라 봉쇄술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와리스 디리 씨 


디리 씨는 인터뷰 이듬해 펴낸 책 '사막의 꽃: 세상을 바꾸는 검은 신데렐라'를 통해 FGM 후유증으로 소변을 보려면 15분은 걸렸고 생리혈도 열흘 정도에 걸쳐 천천히 배출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것도 살아 남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아래는 위키피디아 한국어판에서 설명하는 FGM 진행 과정 및 문제점입니다.


특히 봉쇄술의 경우에는 아카시아 나무의 가시로 살에 구멍을 여러 개 뚫어 그 구멍을 희고 질긴 실로 꿰맨다.


여성 성기 절제 시술이 끝나면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발목에서 골반까지 천으로 꽁꽁 묶어 놓는다.


상처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될 때까지 집에서 떨어져 작은 움막에서 지내게 된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다리는 계속 묶여 있게 된다. 


이 절차는 소녀에게 여러 부작용을 가져오며 죽음을 초래하기도 한다.


또한 사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량의 출혈, 패혈증, 파상풍, 쇼크, 고통, 감염, 요폐(Urine retention), 인근 조직의 상처 등이 생기며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의 잠재적인 감염통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디리 씨 언니 두 명이 FGM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보다 더 반인륜적인 행위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지금도 전 세계 어디에선가는 11초에 한 명씩 FGM을 당하고 있습니다.


정숙하고 순결한 여성이라는 것을 FGM이 증명한다고 믿는 (어리석고 어리석고 어리석은) 이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잘못된) 생각이 뿌리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법을 바꾼다고 당장 수단에서 FGM이 사라지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NYT는 "이집트에서도 2008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FGM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7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지만 FGM 때문에 기소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전했습니다.


여전히 이집트 15~49세 여성 10명 중 7명이 FGM 피해자입니다.


게다가 수단에서 FGM을 규정한 타이밍도 썩 좋지는 않습니다.


이스마엘 대변인은 "모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야기만 하고 있다"면서 "수단 사회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고 말했습니다.


수단 정부는 2030년까지 FGM을 근절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댓글,

Currents | 카테고리 다른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