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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 문 챌린지 그리고 미국 사람이 마스크를 꺼리는 이유

'세일러 문 챌린지' 기본 이미지가 된 작중 츠키노 우사기 등장 화면. 애니메이션 캡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위터에서 '세일러 문 챌린지'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달의 요정 세일러 문'에 등장하는 캐릭터 츠키노 우사기(月野うさぎ·한국명 세라)를 자기 스타일로 다시 그려 트위터에 공개하는 게 이 챌린지 내용입니다.

 

이 챌린지 출품작을 확인해 보고 싶으신 분은 트위터에서 '#sailormoonredraw'라는 해시태그를 찾아보시면 됩니다.

 

'세일러 문 챌린지' 출품 작품. 현실에서는 이 정도 눈 크기도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세일러 문 챌린지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새삼 놀란 건 눈 크기였습니다.

 

'세일러 문' 같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 가운데는 비정상적으로 눈이 큰 캐릭터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실제 비율보다 눈을 크게 그리는 게 일본 만화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닙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도 눈 크기를 줄이면 모르는 사람으로 변하기 십상입니다.

 

디즈니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년)

그래도 일본 만화에 등장하는 캐릭터 수준으로 과장이 심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일본 캐릭터 대부분이 일본인이라는 설정을 따르고, 일본인을 비롯한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일반적으로 눈이 작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차이가 더욱 큽니다.

 

도대체 일본 사람들이 이렇게 눈을 크고 또 크게 그리는 이유는 뭘까요?

 

일본식 화투 '하나후다(花札)' 중 11월을 뜻하는 비(雨) 20점 패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 사람들은 눈을 크게 그리지 않았습니다.

 

일본식 화투 '하나후다(花札)' 중 비(雨) 20점 패 그러니까 비광에 등장하는 오노 도후(小野道風·894~967)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디즈니에서 1937년 제작한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모든 게 달라집니다.

 

데즈카 오사무 작품 세계에 영향을 끼친 디즈니 애니메이션 '밤비'(1942년)

두 눈이 큼지막하게 등장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고 감명을 받은 일본 소년 가운데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1928~1989)가 있었습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46년 만화가로 데뷔한 데즈카는 1952년 잡지 '쇼넨(少年)'에 커다란 두 눈을 자랑하는 로봇 소년이 주인공인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합니다.

 

이 만화가 그 유명한 데쓰완 아토무(鐵腕 アトム) 그러니까 '철완 아톰'(한국명 '우주소년 아톰')이었습니다.

 

'우주소년 아톰'

아톰은 일본 사람들이 잊고 있던 '눈동자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됐습니다.

 

사실 동양에서는 이미 맹자(기원전 372~289) 시절부터 '눈은 마음의 창(窓)'으로 통했습니다.

 

孟子曰 "存乎人者, 莫良於眸子. 眸子不能掩其惡. 胸中正, 則眸子瞭焉; 胸中不正, 則眸子眊焉. 聽其言也, 觀其眸子, 人焉廋哉?"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한 사람 마음을 가장 잘 살필 수 있는 것으로는 눈동자만한 것이 없다. 눈동자는 악(惡)을 숨기지 못한다.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맑고,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리다."

 

─ 맹자 이루(離婁) 상(上) 15장 1절

 

현대에도 이런 인식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일본 홋카이도(北海道)대 유키 마사키(結城雅樹) 교수는 2007년 3월 '실험사회심리학지(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를 통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세상에 내놓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대방 감정을 파악할 때 일본인은 눈을 보는 반면 미국인은 입을 본다는 겁니다.

 

일본인과 미국인 감정 평가 비교

유키 교수는 '라이브 사이언스' 인터뷰에서 "대학원생 시절 미국 연구진과 e메일을 주고 받다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이모티콘이 들어 있어 당황할 때가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은 행복한 얼굴을 표현하고 싶을 때 '(^_^)' 형태로 쓰는데 미국 동료는 ':-)'처럼 이를 표현했던 것.

 

그러던 어느날 유키 교수는 이런 이모티콘이 전형적인 일본 사람과 미국 사람 표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유키 교수는 "어릴 때 미국 연예인 사진을 보면 입을 지나치게 크게 벌리고 과장되게 웃는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e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그게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연구에서는 물론 이모티콘만 쓴 게 아니라 실제 사진도 활용해 같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일본인과 미국인뿐 아니라 동양인은 눈, 서양인은 입을 보고 상대 감정을 읽습니다.

 

헬로 키티 주인공 '키티 화이트'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일본 캐릭터 전문 기업 산리오(サンリオ)를 대표하는 '헬로 키티'가 서양에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다고 지적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헬로 키티는 눈은 있지만 입은 없다. 정재승 (KAIST) 교수는 "헬로 키티엔 서양인이 감정을 읽거나 이입할 단서가 부족환 것"이라고 말했다.

 

재미있는 건 산리오에서는 "'보는 사람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見る人と感情を共有できるように) 일부러 입을 그리지 않았다"고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입을 그리면 감정을 한정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 기분에 따라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쓸쓸하게 보이기도 할 수 있도록 아예 입을 그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헬로 키티가 정말 입이 없어서 서양에서 인기가 떨어지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동양인보다는 서양인에게 입이 확실히 더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마스크를 대하는 천조국의 흔한 인식

그러니 미국을 포함한 서양에서는 마스크를 써서 입을 가리라는 이야기를 쉽게 받아 들일 수가 없습니다.

 

입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데 마스크를 쓰라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평소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걸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렇게 심각해 지고 있는데도 계속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다는 점입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도 (적어도 한국에서는) 불과 얼마 전까지 선글라스를 쓰는 걸 '예의'와 결부시켰습니다.

 

눈을 가리는 게 상대방(어르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때 선글라스를 쓰면 그저 '싸x지 없다' 정도 들으면 끝났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는 건 자기 건강을 담보로 거는 행위입니다.

 

물론 영어 사용자가 이 블로그를 읽을 확률은 제로(0)에 가깝겠지만 Wear a mask, please. It's life-sa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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