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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왕 라마 10세, 다시 후궁을 불러들이다

10개월 만에 복위한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 빈(嬪). 태국 왕실 제공


태국 왕실에서 쫓겨났던 시니낫 웡와치라파크디(35) 빈(嬪)이 10개월 만에 원래 지위를 되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마하 와치랄롱꼰(68·라마 10세) 태국 국왕은 지난해 10월 21일 시니낫 빈이 "왕비 지위까지 차지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그를 폐빈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태국 왕실에서 3일 공개한 지난달 29일자 칙령에 따르면 시니낫 빈은 '차오 쿤 프라(เจ้าคุณพระ·왕의 고귀한 배우자)' 직함은 물론 육군 소장 계급까지 다시 되찾았습니다.


라마 10세는 이 칙령을 통해 "시니낫 빈은 과거에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시니낫 빈을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마하 와치랄롱꼰 태국 국왕과 시니낫 윙와치라파크티 빈(嬪). 태국 왕실 제공


2008년 왕립 육군간호대를 졸업하고 왕실 근위대에서 복무하던 시니낫 빈은 라마 10세 생일이던 지난해 7월 28일 차오 쿤 프라 책봉을 받았습니다.


차오 쿤 프라는 태국 왕실에서 왕비가 아닌 왕의 아내 그러니까 후궁을 이르는 표현.


태국 국왕이 차오 쿤 프라를 둔 건 라마 6세(재임 1910~1925) 이후 라마 10세가 처음입니다.


라마 10세는 2016년 즉위하기 전 세 차례 이혼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5월 4일 열린 대관식을 사흘 앞두고 여성 근위대장 출신 수티다 와찌랄롱꼰 나 아유타야(42) 비(妃)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마하 왕치랄롱꼰 태국 국왕이 지난달 12일 어머니 시리낏 왕대비 생일 축하연이 끝난 뒤 수티다 와찌랄롱꼰 나 아유타야 비와 함께 손을 흔드는 모습. 방콕=로이터 뉴스1


이후 석 달이 지나기도 전에 시니낫 빈을 차오 쿤 프라로 책봉했으니 라마 10세 마음이 누구에게 더 가 있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책봉으로부터 석 달이 지나기 전에 시나닛 빈에게 폐빈 칙령을 내렸으니 여기저기서 수근대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물론 태국에서는 국왕은 물론 왕가를 비판하는 걸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에 폐빈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태국에서는 왕실을 모독하면 최고 7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태국 방콕 시민들이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뉴욕타임스 제공


단, 태국에도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왕실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입니다.


쁘라윳 짠오차(66) 현 태국 총리는 2014년 '왕실 보호'를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습니다.


이에 태국 민주화 시위대는 "국왕이 군사 지휘권을 가져서는 안 된다"며 국왕이 군부와 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군사 지휘권이 있다는 건 쿠데타에 대한 승인 권한이 있는 뜻이기에 시위대는 이런 요구를 하고 있는 겁니다.


라마 10세에게는 이렇게 혼란스러운 정국을 수습하는 것보다 애인에게 자리를 되찾아 주는 일이 더 중요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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