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 사회를 그린 tvN 연속극 '블랙독' 한 장면. TV 화면 캡처
공립학교 교사는 임용시험에 합격한 시도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교환 근무'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에서 부산으로 학교를 옮기려는 교사가 있다면 △부산에서 서울로 오고 싶어하고 △과목·직위·직급이 똑같은 교사가 있을 때만 '일대일 트레이드'를 진행하는 게 원칙이다.
그 결과 2014~2018년 5년 동안 다른 시도로 옮기는 대로 성공한 중·고등학교 선생님 비율은 19%밖에 되지 않았다.
이렇게 이동이 쉽지 않다 보니 선생님 가운데는 주말부부가 적지 않다.
부부 가운데 한 쪽이 멀리 발령을 받아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도 교사 쪽은 전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대일 트레이드 원칙을 유지하고 있는 건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오고 싶어 하는 선생님은 많지만 반대 방향을 희망하는 선생님은 잘 없는 까닭이다.
클립아트 코리아
현재 부동산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너희 가족은 집 한 채만 소유할 수 있다'가 될 거다.
물론 집은 일대일 트레이드만 허용한다면 이사를 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시적 1가구 2주택' 인정 같은 형태로 숨통을 틔워줄 개연성이 높다.
그래도 정말 저런 세상에 열린다면 지금보다 훨씬 이사하기 힘든 상황이 되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집이 여러 채라고 해서 그 집을 혼자 다 쓰는 집은 거의 없다. 대부분 세를 준다.
이런 다주택자가 있기에 누군가는 시세보다 저렴한 (전세) 가격으로 '입지'를 누릴 수 있다.
거꾸로 '우리 집'은 직주근접과 입지를 희생할 만한 존재다.
또 여러 이유로 자기 소유인 집이 있는데도 세를 주고 자기들도 세를 사는 가족도 적지 않다.
새 아파트를 분양 받거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집을 늘려야 할 때도 이런 방법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아니, 모든 걸 떠나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게 그렇게 지탄 받을 만한 일인가.
아직 집을 살 만한 돈까지는 모으지 못했는데 전세로 물건을 확보할 수 있을 때는 그대로 포기하는 게 무조건 옳은 일인가.
누군가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 8억 원짜리 집에 △누군가 5억 원에 전세를 살고 있고 (나는 3억 원만 있으면 그 집을 살 수 있고) △나중에 12억 원까지 오를 집이 보통 사람이 (살고가 아니라) 사고 싶어하는 집 아니던가.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8억 원이 넘은 지 오래다. 뉴시스
그래서 '너는 집 한 채만 소유할 수 있다'는 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보통 사람들 희망을 짓밟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집이야 말로 대도시나 수도권으로 오고 싶어하는 이들 숫자가 반대 방향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앞으로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진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가 계속 (이솝우화 '바람과 해님'에 나오는) 바람만 선택하는 걸 보면 집값이 정말 잡힐지 의문이다.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을 때 모든 학생이 이 문제를 맞힌 걸로 처리하는 것과 틀렸다고 처리하는 건 사실 완전히 똑같은 결과를 낳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 모두 기왕이면 정답 처리를 꿈꾸는 평범한 인간인 것을.
이 글은, 그저 일대일 트레이드를 하려고 했을 뿐인데, 서울 시내 전체 주택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른 바람에, 집 면적 가운데 은행 소유인 공간 크기도 더 늘어나고, 현재 사는 집을 살 때보다 취득세를 여섯 배 이상 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써보는 담벼락 낙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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