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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한글을 썼으면 중국어를 안 배워도 됐다고?

이런 글을 한번 읽고 나면, 사람들이 얼마나 한글과 한국어를 헷갈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세종대왕이 창제하신 건 '한글'이지 한국어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 마치 한글을 쓰면 당장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가 된다는 듯이 주장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물론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이 추앙해 마지 않는 문자다. 문자를 흔히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로 나눈다는 것은 학창시절에 배운 바 있을 줄로 믿는다. 그리고 아마 한글은 표음문자에 속한다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언어학계에서는 한글을 '분절문자'라고 부른다. 획 하나를 더하고 빼는 과정만 가지고도 효과적인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의 천지인 시스템을 생각해 보면 쉽다. '과학적'이라는 측면에서는 따라올 상대가 없는 문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 언어와 다른 언어 사이에는 우열이 존재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모국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최고의 언어라고 생각한다. 그 언어로 생각하고 소통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배우기 쉽고 어려운 외국어는 있지만, 배우기 어려운 모국어는 없다.

다시 기사에 제기된 문제로 돌아가보자. 중국은 한글을 쓸 수 있었을까? 결론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지금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방언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똑같이 '중국어'를 사용해 소통하지만 그 소리는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山이라고 적으면 누구나 그것이 영어 낱말 mountain을 뜻한다는 것을 알지만 /shān/이라는 발음이 모든 지역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중국은 자국으로 송출되는 방송에서 중국어로 이야기하고 있으면서도 자막을 덧붙인다. 그것이 중국어가 표의문자인 한자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물론 유네스코에서는 자신들의 문자가 없는 아프리카 민족들에게 한글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분투라고 적으면 그것의 뜻을 아는가? 우분투의 소리를 알지 못해서 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소리와 의미 사이의 연결 고리가 전혀 없이게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참고로 줄루어 Ubuntu는 공평함이라는 뜻이다.)

달리 말해, 중국이 한글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했겠지만, 의사소통이 될 리는 만무했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중국이 한글을 썼다고 해도 실제로 우리는 중국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왜냐면 소리를 내서 읽을 수는 있었겠지만,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전혀 몰랐을 테니 말이다.

한글이 널리 쓰이는 건 한국인으로서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일이다. 하지만 한글의 우수성이 우리 말의 우수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자랑스러워해야 하는지를 올바로 아는 일, 그것이 애국자와 국빠를 구분짓는 한 방식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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