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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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별나라 공주님의 사랑 이야기

어느 별나라에 착한 왕과 왕비가 살고 있었어요.

낮에는 따뜻한 햇빛과 산들거리는 바람에 금빛으로 일렁이는 들판에서 곡식이 익어가고, 밤에는 총총히 박힌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아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들리는 아름다운 별이었지요.

백성들은 모두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일했고, 저녁식탁에 둘러앉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는 참으로 평화로운 별나라였어요. 왕과 왕비는 그 평화 속에서 최선을 다해 백성들을 다스렸고, 저녁 무렵이면 오늘 하루 잘못한 일이 없는가를 반성하며 늘 겸허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았답니다.

그런 아늑한 광경이 계속되던 어느 날, 왕과 왕비는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부터 백성에게 좀더 많이 베풀고, 점점 더 많은 일들에 대해 욕심을 버렸지만 그래도 그 허전함은 사라지질 않았어요.

그건 그들에게 아이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날부터 왕과 왕비, 두 부부는 씩씩한 왕자님이나 어여쁜 공주님이 태어나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매일매일 이어지는 그 기도가 얼마나 절실했었는지 여기저기서 백성들이 아기를 낳는 비법이라든가 몸에 좋은 명약, 심지어 그들의 아기까지 바치려했지만, 그런 건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두 부부는 둘만의 아이를 갖고 싶었으니까 말이에요.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촛불의 요정이 왕비의 꿈속에 들어가 왕비에게 말했어요. 두 분의 간절한 소원을 자기가 이루어주겠다고.

그리고는 촛불 속에다 손을 집어넣어 작은 불씨 하나를 꺼내서 왕비에게 건넸어요. 그리고는 말했죠, 불을 관장하는 마왕이 자기가 이런 짓을 한 걸 알면 자기를 크게 화를 낼 테니,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는 이 초를 다시는 켜지 말라고 말이에요.

왕비는 꿈에서 깨자마자 초를 깊은 서랍장 속에다 숨겨 두었어요. 꿈속의 일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너무 절박했던 왕비는 꿈속의 일을 믿기로 하고는 다시 깊은 잠에 빠졌어요.

그러자 다음날 정말 거짓말처럼 왕비는 입덧을 하기 시작했고, 꼭 10개월 뒤에 어여쁜 공주님을 낳게 됐어요. 물론 그 동안 그 초는 깊숙이 숨겨진 채 한번도 불이 붙지 않았고 말이에요.

문제는 공주님이 태어나던 날 생겨났어요. 한밤중에 너무 갑작스럽게 산통이 시작됐기 때문에 방에 불을 밝혀야했던 하녀는 온 방안을 뒤져 초를 찾았고, 그만 실수로 그 초에 불을 붙여 버리고 말았던 거예요.

그 초에 불이 붙는 순간 저 멀리 깊은 어둠 속에서 잠자고 있던 마왕의 눈이 불빛에 떠지고야 말았어요. 마왕은 궁전에서 빛나기 시작한 촛불의 불빛을 보고는 서둘러서 궁전으로 날아왔고, 원래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왕 부부가 아이를 낳은 것이 수상쩍어서 초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촛불 속에 작은 불씨 하나가 모자란 것을 알게 됐어요.

마왕은 즉시 촛불의 요정을 불러내 크게 꾸짖고는 왕 앞에 모습을 드러내어 아이를 가져가려 했어요. 마왕은 아이를 데려가 다시 불꽃으로 만들어 버릴 속셈이었던 거죠. 원래 세상의 모든 불씨는 그의 것이니까 말이에요.

그때 왕이 마왕 앞에 무릎 꿇고 간절히 애원했어요. 무슨 부탁이든 다 들어줄 테니 제발 이 아이만은 빼앗아 가지 말라고. 원하는 만큼의 금은보화든 뭐든 원하는 대로 모두 줄 테니까 제발 이 아이만은 우리 곁에 남게 해달라고 말이에요.

하지만 마왕은 자신을 뜻을 굽힐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결국 그는 공주를 데리고 하늘로 날아오르려는데, 촛불의 요정이 작은 불씨 하나를 뽑아 마왕의 눈을 향해 던지고는 멀리로 날아가 버렸어요. 마왕은 쓰린 눈을 비비며, 공주를 땅에 내려놓고 요정을 쫓아 역시 저 멀리로 날아갔죠.

궁전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 마왕은 공주에게 저주를 내렸어요. 이제 공주는 평생 외로움을 타면서 살게 될 거라고, 그 누굴 만나서 사랑하더라도,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서로를 상처 입히지 않을 상대를 만나서, 서로를 슬프게 하지 않을 사랑을 할 수는 없게 될 거라는 저주 말이에요.

저주에 아랑곳없이 공주님은 구김살 없이 아주 예쁘게 자라났어요. 왕과 왕비처럼 착하고, 물빛 하늘과 오월의 연두빛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예쁜 공주로 자라났지요. 특히나 그 반짝이는 눈망울을 보고서는 별나라의 그 어느 백성도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백성들은 공주의 눈동자를 흠모하는 노래를 지어 불렀고, 모든 예쁜 것들을 공주의 눈동자에 비유하는 수사법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어요. 정말이지 호수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 그 눈동자에는 공주에게 저주를 내린 마왕조차 흠뻑 빠져들 정도의 매력이 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예쁘게 자라난 공주님을 보고 사랑에 빠진 소년이 있었어요. 소년은 바닷가에 사는 가난한 어부의 아들이었죠. 공주님이 바다를 보러 소년이 사는 마을에 들렀을 때 소년은 그만 공주의 눈동자를 보고는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됐답니다. 소년이 자라면서 봤던 어느 맑은 날의 푸른 바다보다도 공주님의 눈은 아름다웠으니까요.

소년은 공주가 바닷가에 머무는 동안 매일 같이 그녀를 찾아가 노래를 바쳤고, 조개 껍데기를 주워 만든 목걸이도 선물했어요. 알록달록 예쁜 무늬의 물고기를 두 손에 가두고는 공주를 기쁘게 하기도 했고, 오징어의 먹물로 공주를 놀리기도 했지요.

그렇게 둘은 점점 가까워져 갔고, 공주님도 소년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공주님이 소년에게 말했어요. 꼭 지금 이대로 나를 좋아해 달라고. 그리고 혹시라도 내가 눈꼽만큼이라도 싫어지게 되면 그때 바로 얘기해 달라고. 나도 지금 그대를 많이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때 비로소 공주님에게 걸린 저주의 힘이 나타나기 됐어요. 공주님은 소년을 사랑하게 되면 될수록 알 수 없는 외로움에 자주 눈물을 흘리게 됐어요. 호수 같은 눈동자에서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고, 공주님은 매일 밤 울다 지쳐 잠들 게 됐어요.

이제는 소년을 만나도 예전처럼 즐겁지가 않았어요.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알 리 없던 공주님은 자신이 진실로 소년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어요. 공주님은 소년에게 확신을 갖기 위해 소년에게 기대고 싶었지만, 소년은 그저 예전처럼 조가비를 모아 목걸이를 만들고, 공주님에게 노래를 바치는 일로 공주님의 마음을 붙잡아 두려 했어요.

하지만 이미 슬픈 사랑에 지친 공주님의 마음은 소년에게서 저 멀리 떠나가 버렸답니다. 공주님은 소년에게 작별을 고하는 짧은 편지를 썼어요.

'난 너무 작은 물고기고, 그대는 너무 그물코가 큰 그물이에요. 난 그물에 걸려서 그냥 편안히 쉬고 싶은데, 그대의 그물에는 난 절대 걸려들지 못해요.'

편지를 소년에게 건네주고, 바닷가를 떠나 궁전으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공주님은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사랑하던 사람도 잃었고, 마음은 크게 상처를 입었죠, 얻은 거라곤 시름밖에는 없었어요.

호수 같은 공주님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넘쳤고, 생전 처음 느껴보는 슬픔을 가슴에 가득 안은 채 공주님은 자신의 방에 돌아와 촛불을 켜고 간절히 기도를 올렸어요. 다시는 슬픈 사랑에 빠지게 하지 말아 달라고.

하지만 공주님의 간절한 기도는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어요. 마왕의 저주가 공주님의 기도를 가로막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기도를 반복하며 공주님은 외로움에 나날이 여위어 가게 됐어요.

이따금 소년이 생각날 때도 있었지만, 공주님은 이제 소년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대신 소년이 생각날 때마다 공주님은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를 올렸어요. 제발 슬픈 사랑에 빠지지 말게 해달라고. 다시 슬픈 사랑에 빠지기는 싫다고.

자꾸만 여위어 가는 공주님이 걱정되어 왕과 왕비가 물었어요. 무슨 걱정거리가 있냐고. 그래서 공주님은 부모님께 솔직하게 바닷가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씀 드렸어요. 이야기를 모두 듣고 왕과 왕비도 슬픔에 젖어 셋은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어요.

그리고는 왕과 왕비는 서로 머뭇거리다가 왕이 입을 열고, 마왕의 저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너는 마왕의 저주를 받고 태어났다고, 평생을 외로움 속에 살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누군가를 만난대도 그 사랑은 슬프게만 끝나게 되어 있다고. 다시 공주님의 두 눈에서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그날 밤, 공주님은 다시 한번 기도했어요. 이번엔 마왕에게 올리는 기도였어요. 이 두 눈동자를 드릴 테니 저주를 거두어 달라고. 눈물밖에 흘릴 줄 모르는 이 두 눈쯤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 이 슬픈 외로움은 제발 가져가 달라고 말이에요.

그러자 마왕이 나타났어요. 공주님은 겁에 질려 어둠 속에 숨었지만 빛나는 눈동자 때문에 결국 마왕의 손에 붙들리고 말았어요. 마왕이 말했어요. 이제 그 저주에서 널 구원해주겠다고. 대신 공주님이 말한 대로 눈동자는 자신이 가져가야겠다고 말이에요. 앞서도 말했지만, 사실 마왕도 오래 전부터 그 눈동자를 탐내왔기 때문이에요.

다음 날 아침 공주님이 눈을 떴을 때, 공주님은 이제 아무 것도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어요. 공주님이 그렇게 사랑하던 물빛 하늘도 연두색 오월도 이제 다시는 볼 수가 없었죠. 그 때문에 많이 슬프기도 했지만 이제 다시는 슬픈 사랑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공주님은 오히려 기뻤어요.

이제부터는 행복해 질 거라고, 암흑 속에서도, 어둠 속에서도 행복하게 될 거라고, 이제는 괜찮아 질 거라고 공주님은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되뇌였어요. 하지만 지난 몇 주를 계속 슬픈 사랑 때문에 울어야만 했던 공주님은 기진맥진해서 쓰러져 버리고 말았죠.

공주님의 병은 쉽게 낫질 않았어요. 온갖 좋다는 약도 용하다는 의사도 모두 소용이 없었어요. 그건 눈동자가 사라지고 나서는 세상의 빛뿐만 아니라 마음의 빛까지 사라졌기 때문이에요. 비록 매우 슬픈 빛깔이긴 했지만 공주님을 따뜻하게 감싸주던 마음의 빛이 모두 사라지자 비탄의 그늘이 공주님을 감싸게 돼 버렸던 거예요.

공주님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은 소년은 말을 빌려 타고 열심히 달려 궁전 앞에 다다랐어요. 마침내 공주님 앞에 소년이 서게 됐을 때, 소년은 놀랄 수밖에 없었어요. 공주님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공주님에게는 눈이 없으니 당연한 일이잖아요.

소년은 작은 목소리로 공주님에게 속삭였어요. 자기가 왔다고, 자기와 함께 다시 바닷가로 돌아가자고 말이에요. 공주님은 소년의 목소리를 확인하고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어요. 빈 눈동자에서 다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어요. 공주님은 소년에게 부탁하며 말했어요. 그냥 혼자서 돌아가 달라고. 이미 그대와 나는 슬픈 사랑을 했다고. 나는 이제 행복한 사랑에 빠질 거라고 말이에요.

소년은 결국 혼자 바닷가로 돌아와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어서는, 배를 타고는 멀리 떠나갔어요. 밤하늘의 바다에서 노를 저어 저 멀리 다른 별나라로 떠나갔어요. 공주님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서, 다시 자신을 사랑하는 공주님을 되찾기 위해서 말이에요.

몇 날 며칠을 뜨거운 태양과 거친 파도와 싸운 끝에 소년은 지구라는 별에 도착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이 별에서라면 공주님의 눈을 낫게 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공주님에게 자신의 눈동자를 대신 줄 수는 없었어요.

그렇게 되면, 그렇게 되어서 공주님이 다시 눈을 뜨게 되더라도, 그 사랑은 결국 슬픈 결말로 끝나 버리기 때문이에요.

소년은 꼭 자신이 공주님에게 행복한 사랑을 안겨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자신이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소년은 다시 별나라로 돌아가지 않기로 했어요. 그대로 지구에 남아 공주님을 잊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들을 전전하며 그럭저럭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됐어요.

아무도 자신이 다른 별나라에서 왔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지만, 그리고 여전히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제 지구에서 사귄 친구들과 지구에서 사귄 여자들과 어울려 어느덧 지구인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요. 아주 이따금 매연으로 뿌연 밤하늘을 바라보다 유난히 빛나는 고향별을 볼 때면 가끔 마음이 시릴 뿐이었죠.

그러다가 소년은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됐답니다. 소년이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됐다는 사실을 느낌으로 알게 됐을 때, 소년은 꼭 공주님이 그랬던 것처럼 매일 밤을 울음으로 보냈어요. 공주님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기 때문에, 평생 공주님만 사랑하며 살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마음속에 들어와 버렸기 때문에 말이에요.

소년은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했지만 공주님 때문에 늘 약간의 거리감을 두면서 지냈어요. 그러다 둘 다 술이 취한 어느 날 밤 이미 어른이 되어 버린 소년은 그 여자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자신은 원래 외계인이었다고. 외계인이라니까 좀 웃기게 들리지만 사실은 어느 별나라의 공주였다고. 슬픈 사랑밖에 하지 못하는 저주에 걸린 공주였다고. 그래서 한 소년과 정말 슬픈 사랑에 빠졌었다고. 결국 저주를 건 마왕에게 내 눈동자를 줄 테니 저주를 풀어 달라고 기도해서 그에게 눈동자를 주었다고.

그리고 눈이 멀게 된 자신을 걱정하던 부모님이 자신을 지구로 보냈다고. 그래서 여기서 다시 눈을 고치게 됐지만, 고향 별로 돌아가는 방법을 잊어 버려 여전히 여기서 살고 있다고.

그래도 여전히 저주가 풀린 건지 아닌 건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그 소년 말고는 아직 아무도 사랑해 본 적이 없어서 어떤 게 행복한 사랑인 건지 아직 알 수가 없다고.

그리고 이제서야 알았다고, 기도는 뭔가를 바라는 게 아니라고. 기도는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바꾸는 것이라고. 자기 스스로가 변해야 세상이 변하는 것이라는 걸 이제서야 알았다고.

사실 그 소년과 나눈 사랑이 그렇게 슬프지만은 않았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됐다고. 소년이 궁전으로 찾아왔을 때 그냥 그를 따라 갔어야 했다고. 믿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지만, 그냥 왠지 이 이야기를 꼭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년은 아무 말 없이 일어나 여자의 손을 잡고 일어섰어요. 그리고는 저 멀리 반짝이는 별을 가리키며 말했죠.

저 별이 공주님이 떠나온 별이죠. 그리고 제가 떠나온 별이기도 하구요. 거기엔 우리가 같이 뛰어 놀던 바닷가 마을도 있고 말이에요. 공주님의 저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았어요. 왜냐면 공주님이 빠졌던 그 슬픈 사랑의 소년이 아직도 공주님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소년은 공주님에게 입을 맞췄어요. 그 순간 둘의 귀에는 둘이 같이 뛰어 놀던 바닷가의 파도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죠. 소년은 생각했어요. 내일부터 낡은 배를 꺼내 수리해야겠다고, 그래서 공주님과 다시 고향 별로 돌아가야겠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그곳에서 오래오래 둘이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말이에요.




─── kini註 ────────
사실 이 글은 m양과 헤어지고 쓴 '딸딸이글'이다.
여전히 둘이 같이 볼 수 있던 게시판에 '나 아직 너 많이 좋아해'하고 남긴 글.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없다.
'너 혼자 연락하잖아.'하는 명언만 남았을 뿐.

그러니까 가는 세월도, 변하는 마음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체념이라는 걸 알려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한다.

어차피 언젠가는 헤어질 사이였으니까.


댓글, 2

  • 댓글 수정/삭제 luztain
    2007.07.23 20:11

    한편의 동화 같아요…

    •  수정/삭제 kini
      2007.07.24 00:26

      동화 형식을 빌어 썼는데 중간에 그 친구랑 저만 알 수 있는 코드가 몇 개 녹아 있죠 ^^

      +

      이제 블로깅이 외롭지 않으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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