聰明不如鈍筆
총명불여둔필
assignment Questionnaire

닉네임에 관한 10문 10답

1. 우선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ID나 닉네임은?

▶대체로 kini, 더러 kinney. 모두 소리로는 /키니/라고 읽힙니다. 원래는 /기니/가 맞는 음이었습니다만, 이제는 아무도 /기니/라고 읽지 않습니다. 아주 가끔씩 earbender라는 닉네임을 쓰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수다쟁이', '쉴 새 없이 떠드는 사람'. 은근히 잘 맞지 않나요? -_-; (대놓고 잘 맞는다 하셔도 ㅡ,.ㅡ)


2. 자신의 ID나 닉네임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제 본명(奎引)에 이중모음이 들어가는지라 제 고향 방언화자들이 /규인이/를 빨리 발음하면 /기인이/가 되곤 합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도 어머니를 부르실 때 /기니 엄마/하고 부르시는 경우가 곧잘 있고는 합니다. 그래도 단지 소리였기 때문에 이를 명확하게 붙들지 못했는데, 미국에 사는 사촌들이 제게 선물(지우기 달린 노란 연필)을 보냈는데 박스 위에 한글로 '기니'라고 적어서 보냈더군요. 당시엔 제가 초등학생이라 기니를 적기 위해 kini라고 쓴 게 시초입니다.

▶ 그 후 유러피언들에게 /키니/로 발음나는 성 또는 이름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거의 없기는 하지만) 그 이후로 kini를 누군가 이미 선점하고 있는 경우 kinney라고 쓰기도 합니다. 누군가 (제가 좋아해 마지 않는 토이 카메라인) lomo를 qwert식 키보드에서 (아마도 99% 이 키보드를 쓰실 겁니다. 키보드에 탭키 바로 옆으로 qwert가 있으면 이걸 쓰시는 겁니다.) 한 칸씩 옆으로 옮기면 kini가 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거기서 연유한 게 아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전혀 그런 것 아닙니다.


3. 지금의 ID나 닉네임은 처음 인터넷에서 쓸때와 동일한가?

▶ KETEL이었는지 KITEL이었는지 간혹 헷갈리기는 하는데, 처음으로 PC 통신을 시작할 때부터 줄곧 이 ID였습니다. 사설 BBS든 Zenix 로그인이든 모두 kini.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ID의 최저 글자수를 제한하는 곳이 생겼습니다. (대표적 ; 다음.net) 그때부터 kini 앞 뒤로 몇 글자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bigkini (발음으로 /비키니/이긴 하지만 큰 kini죠. 안 그렇습니까? -_-), nkini (홈페이지를 운영했던 적이 있었는데 kini.com/co.kr/net/pe.kr/biz 등 주요 도메인이 모두 선점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도메인을 살까 궁리하다가, 당시 제 홈페이지 제목이 kini'n creations였습니다. n을 그냥 앞으로 끌어온 것뿐입니다.) 등이 있습니다.


4. 자신의 ID나 닉네임은 흔한가?

▶ 나우누리에서는 이미 다른 분이 쓰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만화 가운데 kini라는 제목을 가진 게 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에 꼬마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에서는 누군가 이미 쓰고 있는 경우가 요즘에도 가끔 있습니다. (대표적 ; 넥슨) 그리고 싸이월드에서도 도메인주소 싸이월드.com/kini를 내놨더니 잽싸게 누군가 물어간 걸 볼 때, 누군가 쓰기는 쓰는 것 같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5. 자신의 ID나 닉네임의 마음에 드는 점은?

▶ KI(E)TEL을 처음 쓴 게, 초등학교 2~3학년 무렵의 일이었습니다.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을 저와 함께해 온 ID입니다. 대학 친구들의 경우, 저를 키니君이라고 부르는 게 매우 일반화 돼 있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도 그 친구들은 저를 kini라고 부르고, 여자친구들도 많이 kini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서 가끔 정말 제 이름보다도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익숙함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6. 자신의 ID나 닉네임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은?

▶ 이걸 처음에 곱게 /기니/라고 발음했을 때는, 키만 컸으니 '긴 이'가 그리 안 어울리는 ID는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20여년의 세월 동안, 횡적팽창을 거듭한 결과 '큰 이'면 몰라도 '긴 이'는 어울리지가 않습니다. 게다가 /키니/라는 발음은 다소 여성스럽기도 하기에 이미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KIN이라는 인터넷 용어가 생기면서부터 KIN-i로 받아들이는 이들이 가끔 있다는 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7. 자신의 ID나 닉네임을 바뀌서 부르는 사람이 있는가?

많죠. 파울볼에서는 단독 kini보다 kini羊이 훨씬 익술할 정도니까요. 그밖에 '수염부'(네, 멋지다 마사루에 나오는 그 '수염부'에서 빌어온 말입니다.)라 불리는 가장 친한 제 대학 동기들 역시 멀쩡히 kini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8.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가?

kini羊 (키니는 양치기 소년의 준 말이죠. 얼마 전 수염부에 소속된 제 친구 하나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널 보면 양치기 소년이 왜 늑대한테 물려 죽었는지 알 것 같다.'고 하더군요. 물론 파울볼과 전혀 연관이 없는 친구입니다.), kini羊翁 (이건 kini羊과 파울볼에서 순수진지매너유저에게만 허락된다는 翁의 칭호가 결합된 형태의 변이형입니다. 그러나 연개소문의 길고 긴 관직명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키고 합니다. 저도 줄여서 /니롱/이라 불리고 싶습니다.), 끼니 (초등학생이 이름으로 놀리듯 자연스런 음의 변화), 뀌니 (마찬가지)


9. 변경된 자신의 ID나 닉네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생각을 위에서 실컷 썼더니 다시 물어보는군요. '뀌니'라고 부르던 친구가 보고 싶네요. (제 대학 같은 과 선배 두 분을 위해 밝히자면, Myon양입니다. 아, 여기서의 양은 孃입니다.) 제가 하는 사인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kini를 만주 문자로 쓰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quini를 휘갈겨 쓰는 겁니다. 저 사인이 나오게 된 배경이 바로 뀌니였습니다.


10. 마지막으로 자신의 ID나 닉네임에 대한 간단한 생각이나 평가

위에서도 썼지만, 너무 오랫동안 함께 한 이름이라 사람들이 kini라고 부르는 게 전혀 어색하다거나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게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듭니다. 말하자면 옛선비들의 호(號)가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하지만 LG여성팬이 되는 데는 아마도 양뿐 아니라 /키니/라는 소리도 한몫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나약하고 이기적인 신경질쟁이를 늘 꿈꾸며 살아가는 제게 어쩌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ID를 찾기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그랬듯 이 ID에 만족하며 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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