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연출한 이만희 감독은 1960년대 한국 영화 선구자였다. 1964년 12월 명보극장에서는 그의 새 영화 '7인의 여(女)포로' 예고편이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 본편은 끝내 스크린에 걸리지 못했다. 나중에 '돌아온 여군'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오기는 했지만 원작 3분의 1이 사라진 다음이었다.
이 영화에는 인민군에 붙잡힌 여성 포로 7명을 중공군이 겁탈하려 들자 인민군 장교가 총을 뽑아 처단하는 장면이 나온다. 서울지검 공안부는 이를 두고 "북괴의 소위 '인민군'을 찬양(했다)"고 판단했다. 한마디로 "누가 괴뢰군을 이렇게 멋있게 만들래?" 하고 시비를 걸었던 것. (물론 당시 판사들도 바보는 아니었기에 영장 신청은 기각됐다.)
이 사건이 못내 억울했던 이 감독은 2년 뒤 자신의 충성심(?)을 드러낼 작정으로 진짜 반공 영화 제작에 나선다. 그래서 만든 영화가 '군번 없는 용사'. 모두가 선악 구분이 뚜렷한 영화라고 평했지만 중앙정보부는 "인민군 장교가 너무 멋있다"는 이유로 또 시비를 걸었다. 그때 이 감독이 중정에서 했던 변명이 이랬다고 한다. "신성일이 인민군복을 입고 있으니까 그렇게 멋있지, 다른 사람이면 그렇게 멋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군복을 입으면 모두가 똑같다는 말을 조인성만 깨뜨렸던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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