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 먹어라"하는 말이 욕이 된 유래 혹시 아시는지? 1960년대는 중학교도 시험을 쳐서 들어갔다. 가장 많은 학부모들이 보내고 싶어하던 학교는 단연 경기중. 1965학년도 경기중 입시는 160점 만점에 154.6점이 커트라인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오답시비라도 있으면 학부모들 뚜껑이 열리는 건 당연한 일. 1964년 12월 7일 치른 입학시험에서 자연 18번 문제가 도화선이 됐다.
18번은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게 무엇인지 물었다. 정답은 이제는 이름도 낯선 '디아스타제'. 문제는 선택지에 '무즙'이 들어있었다는 것.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는 디아스타제만 정답으로 인정하겠다고 했지만, 무즙 학부모들은 교과서를 들고 시교육위 청사로 쫓아갔다. 무즙에 디아스타제가 들어있다는 표현이 교과서에 들어 있던 것. 그래도 시교육위는 꿈쩍하지 않았다. "무즙으로 엿을 만들 수 있다면 무즙으로 답을 쓴 아이들 정답도 인정하겠다"는 게 공식 의견이었다.
그러자 학부모들이 무즙을 넣은 엿을 만들어 "엿인지 아닌지 먹어보라"며 쳐들어갔다. 그래도 정답 인정을 못받자 학부모들은 그달 21일 소송을 냈다. 이듬해 5월 법원에서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하면서 이 학생들도 경기중 배지를 가슴에 달 수 있었다. 정말 교육 당국이 엿을 먹었던 것. 교육부를 출입했던 기자로서 궁금한 건, 지금도 이런 일이 생기면 학부모들이 교과서를 들고 쫓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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